“경쟁일변도 탈피 기대” “4년마다 뒤집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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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선거 이후/진보교육감 압승 후폭풍]
학부모들 반응 엇갈려

유례없는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를 맞이하는 교육 관련자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경쟁 일변도로 달려온 교육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돈다. 특히 혁신학교를 지지하던 학부모들이 반색하는 분위기다. 반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던 학생들은 상실감을 토로하는 등 원하는 학교 모델에 따라 희비도 엇갈린다.

교육감은 시도 교육의 주요 정책이나 인사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오랜 세월 중앙집권적 교육 시스템이 강하게 뿌린 내린 탓에 실질적인 힘을 갖지 못했다. 또 직선 교육감 1기 때는 시도교육감 대부분이 보수 성향이었기 때문에 교육부 입장이 비교적 잘 관철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교육부가 열세에 놓이게 됐다. 당장 진보 성향 교육감 13명은 교육부가 지방선거 이후로 유보했던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막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 교육감들에 힘입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육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전교조는 5일 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한 환영 성명을 내고 “현장 교육을 왜곡했던 중앙정부의 일방적 교육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자사고 재지정, 한국사 국정화 추진, 시간선택제 교사, 제주 및 경제자유구역 내 교육영리화 법안 추진,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에 따른 정부 대응 등을 둘러싸고 교육감과의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교육공무원은 이 때문에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이 지난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옅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교육감 사이의 갈등은 지난 정부보다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진보교육감 압승 이후
가장 민감한 사안은 진보 교육감들이 공동 공약으로 내세운 혁신학교 확대, 자사고 폐지. 시도교육감은 설립 후 5년마다 자사고를 평가해 지정을 취소하거나 지정 기간을 연장할 권한이 있다. 전국 49개 자사고 가운데 마침 올해 25개교가 처음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시점이라 자사고 폐지 문제는 그야말로 뜨거운 쟁점이 아닐 수 없다. 초중등교육법은 ‘교육감이 학교를 평가해 지정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에서 국영수 위주의 입시교육이 이뤄지는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주부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중고교생이 이용하는 입시 정보 사이트에는 자사고 폐지로 고교 서열화의 부작용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글이 많았다. ‘82쿡’ 사이트에 글을 남긴 누리꾼은 “아직 어린아이들이 고교에 따라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갖는 일이 사라지기 바란다”는 의견을 남겼다.

하지만 자사고 관계자들은 불안과 불만이 역력한 기색이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지난 정부는 교육부가 나서서 자사고를 만들라고 강요하더니 이번 정부는 교육감이 나서서 없애겠다고 한다”면서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면 4년마다 학교를 뒤집으라는 거냐”고 언성을 높였다. 서울 강북지역 자사고 2학년인 A 양은 “그나마 자사고가 생겨서 강남으로 이사를 못 가도 불안하지 않다는 애들이 많다”면서 “하루아침에 일반고가 좋아질 리가 없는데 무작정 자사고를 없애면 강북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사고 폐지와 맞물려 혁신학교 문제도 쟁점이다. 공교육을 주입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개조하겠다며 2009년 경기도를 중심으로 도입된 혁신학교는 진보 교육감들이 가장 애정을 쏟는 대상이다. 현재 서울 경기 강원 전북 전남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해당 지역 모두 진보 교육감이 당선돼 혁신학교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부산, 세종, 인천, 충북, 충남, 경남, 제주의 교육감 당선자도 혁신학교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와 보수 교육감들은 혁신학교가 일부 학교에 예산을 몰아주는 특혜 효과를 내고, 공교육 시스템의 통일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선 개별 정책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교육정책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고교 유형이나 선발 방식, 학교 형태 등이 자꾸 바뀌면 공교육 시스템을 믿고 따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 자녀를 둔 주부 김봄 씨(서울 마포구)는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인 세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방법이 모두 다르고 셋째는 중학교 체계까지 언니들과 다르다”면서 “아이 한 명 한 명마다 중고교와 대학 입시 방법을 연구해야 하니 사교육 정보를 찾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진보 교육감#자율형사립고#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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