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아이들은 배움에 굶주려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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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설립 기금 마련 나선 캄보디아 예수회 오인돈 신부
직접 학교 운영 나선 이유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성이냐시오관 강당에서 ‘캄보디아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건립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한 오인돈 신부.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성이냐시오관 강당에서 ‘캄보디아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건립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한 오인돈 신부.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캄보디아 아이들은 똑똑하고 열정이 넘치는데 꿈을 꿀 기회가 없어요. 이 아이들이 꿈을 꾸고 사회에서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캄보디아 예수회 한국관구장 대리 오인돈 신부(49)는 4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오 신부는 캄보디아에 짓는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의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귀국했다. 3일 오후에는 서강대 성이냐시오관 강당에서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건립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음악회를 열었다.

예수회 창립 성인의 이름을 딴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는 예수회가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직접 운영하는 학교다. 1991년부터 캄보디아에서 빈민층 및 장애인 지원 사업과 함께 교육 지원 사업을 해온 예수회의 23년 노하우가 결집된 결과물이 될 예정이다.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인 오 신부는 1997년 처음 캄보디아와 인연을 맺었다. 수사 신분으로 선교 파견을 자원했다. 처음 가본 캄보디아는 낯설기만 했다. 수도 프놈펜은 높은 건물은커녕 교통신호등도 한 개뿐일 만큼 인프라가 열악했다. 1970년대 후반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 루주의 대학살은 캄보디아의 교육 및 지식적 토대도 몰살시켜 버렸다. 그는 폐허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가난한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매료됐다. 2년 파견이 끝난 뒤 신부가 돼 2003년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간 건 정해진 운명과 같았다.

예수회가 학교를 직접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한 배경에는 캄보디아의 열악한 교육환경이 있다. 초중고 무상교육이지만 학교 교육은 하루 2, 3시간 남짓으로 부실하다. 이마저도 집안 생계에 보탬이 돼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캄보디아 중학교 입학률은 53.6%, 고교 입학률은 27.4%에 불과하다. 아무리 학교를 지어주고 지원금을 전달해도 그때뿐. 본질적인 교육환경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에 오 신부는 직접 운영하는 학교를 설립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를 주자고 결심했다.

하비에르 학교는 캄보디아에서도 특히 가난한 농촌지역인 북서부 반테아이메안체이 주 시소폰에 짓기로 했다. 예수회 한국관구가 마련한 기금 5억 원으로 학교 용지 16만 m²를 확보한 상태. 학교 시설비, 장학금, 운영기금 등 총 80억∼100억 원 마련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금이 모이는 대로 당장 올해 지역문화센터부터 건립해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차츰 초등학교, 중고교, 교사연수시설 등을 확충해 하비에르 학교를 완성할 예정이다. 기금 마련을 위해 한국을 포함해 각국에서 음악회 등 소개 행사도 정기적으로 연다. 후원 문의는 기쁨나눔재단(02-3276-7710)으로 하면 된다.

오 신부는 “도움이란 받는 사람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수회처럼 캄보디아를 돕는 이들이 떠난 뒤에도 캄보디아인 스스로 미래를 가꿔나갈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그것이다. 13년간 캄보디아에서 살아온 ‘반(半)캄보디아인’으로서 도움을 주는 이와 받는 이의 중간 연결고리가 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젠 캄보디아가 한국보다 편할 만큼 마음의 고향이 돼 버렸어요. 미국인으로서 한국에 귀화해 빈민운동에 헌신하다 2일 떠난 정일우 신부님처럼 그곳 사람들의 사랑을 받다가 삶을 마감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거예요.”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캄보디아 예수회#오인돈#하비에르 예수회 학교#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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