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눈물 vs 정권견제론’ 절묘한 균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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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국민의선택/여야 한쪽 손 들지 않은 표심]
與, 세월호 참사 이후 곤두박질… 朴대통령 담화 이후 상당부분 만회
野, 앵그리맘 지지 극대화 못해… 통진후보 사퇴, 표 결집에 도움

엎치락뒤치락 진땀 승부 여야 누구도 웃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했다. 모두 얼굴이 굳어졌고 진땀만 
흘렸다. 왼쪽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새누리당 개표상황실 풍경.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왼쪽)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윤상현 사무총장과 개표 상황을 시청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 
의원회관 선개개표상황실. 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 박영선 원내대표(가운데), 장병완 정책위의장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엎치락뒤치락 진땀 승부 여야 누구도 웃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했다. 모두 얼굴이 굳어졌고 진땀만 흘렸다. 왼쪽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새누리당 개표상황실 풍경.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왼쪽)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윤상현 사무총장과 개표 상황을 시청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 의원회관 선개개표상황실. 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 박영선 원내대표(가운데), 장병완 정책위의장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6·4지방선거는 세대 간 격돌에서 힘의 균형을 이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으며 캐스팅 보트를 쥔 40대가 야권으로 기울었지만 집권 2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권이 크게 흔들리는 데 대한 불안감으로 50대 이상 보수층도 견고하게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4일 “세월호 참사가 워낙 큰 이슈였지만 박 대통령의 눈물로 상당히 만회했다”며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효과가 상쇄됐고 막판 통합진보당 줄사퇴는 야당에 일부 도움이 된 것 같다. 절묘한 균형 표심”이라고 분석했다.

○ 여권, 블랙홀 악재 속 힘 발휘한 ‘박근혜 효과’


선거를 50일 정도 앞두고 터진 세월호 참사는 모든 이슈와 변수를 빨아들인 블랙홀이 됐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와 실종자가 생긴 세월호 참사는 정권에 강한 비판론을 불러왔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한때 수도권 모든 후보를 비롯해 여당의 텃밭이던 부산과 대구까지 야권에 밀리기도 했다.

2012년 18대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17개 시도 중 13개에서 승리했다. 1년 6개월 뒤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9곳에서 앞서고 있다. 그만큼 보수 진영이 지난 대선만큼 결집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 막판 추락하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상으로 회복되면서 일방적인 패배는 면했다. 박 대통령이 선거를 보름 정도 앞두고 대국민 담화에서 흘린 눈물은 대통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결국 여권은 선거 막판 “박근혜를 지켜달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웠다. 텃밭인 부산, 대구에서 야권 후보의 추격을 따돌렸고 경기, 인천 지역에서는 급속도로 야당 후보와의 격차를 좁혔다. 선거 막판 새누리당 지도부들이 1인 피켓 시위를 하면서 “한 번만 도와달라”며 읍소했던 전략도 상당히 먹힌 것으로 보인다.

○ 야권, “뭉치면 산다” 통합 효과

새정치민주연합은 3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해 단일화한 것이 서울에서 압승하고 전국적으로 선전한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야권이 힘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야권표 분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 막판 경기, 부산 등 통합진보당 후보의 잇따른 사퇴가 선거의 승패를 가름할 정도의 큰 영향력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야권표 결집에는 도움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2012년 4월 총선 때 결정적인 악재였던 김용민 당시 민주당 후보의 막말과 같이 선거 때마다 터져 나왔던 야권 인사의 말실수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기초정당 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국민의 마음을 보듬지 못하면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는 못했다. 한때 60%가 넘을 것으로 기대했던 투표율이 56.8%에 그친 것도 앵그리 맘의 투표를 극대화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 수도권에서 유독 서울만 여당이 참패한 이유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수도권 선거 중 유독 서울에서만 새누리당이 크게 진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몽준 후보는 박 후보에게 16%포인트가 넘게 완패했다. 기초단체장도 5일 오전 1시 현재 25개 구청장 중 새누리당이 앞선 곳은 4곳뿐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만 해도 정 후보는 지지율에서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가 나올 정도로 선전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폭락한 지지율을 끝까지 만회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폭락했다가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계기로 급속도로 만회한 인천, 경기와 비교된다.

정 후보 막내아들의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는 발언이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정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친박 진영에서 밀었던 김황식 후보와 격하게 경쟁하면서 경선 이후 후유증으로 박 대통령 지지층이 정 후보에게로 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후보가 선거 막판 퍼부었던 박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도 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한편 새누리당이 구청장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후보 물갈이 폭이 지나치게 커 인지도가 떨어지는 등 후보 경쟁력이 약했던 탓이라는 당내 분석도 있다.

동정민 ditto@donga.com·민동용 기자
#박근혜#지방선거#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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