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北, 핵포기 없인 6자회담 무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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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수석 회동서 대화 조건 못박아… 4월 “조건 유연하게”보다 강경해져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가 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뒤 6자회담 재개 조건과 관련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미 국무부 청사에서 회동한 뒤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의 책임은 한국과 미국이 아니라 북한에 있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날 전했다.

이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면 한미가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 왔던 ‘비핵화 사전조치’ 등에 유연성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다”는 올해 4월 7일 한미 회동 당시의 발언보다 강경해진 것이다.

한미 양국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강경 입장을 다시 밝힌 것은 북한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헌법에 핵 보유를 명시한 상황에서 북한과 주변국이 비핵화 대화를 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6자회담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지금 상태에서는 열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답한 뒤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만 있다면 얼마나 할 것이 많겠는가. 수백 가지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헌법에서 핵 보유 조항을 빼는 것이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최근까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사전조치의 기준으로 거론돼 왔던 핵실험 중단 및 핵 사찰단 복귀 등 ‘2·29합의+α’는 “지금은 유용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 당국자는 ‘대화 재개 조건의 문턱을 낮추라’는 중국 측의 요구에는 “중국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6자회담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수용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최근 북-일 양국의 납치자 재조사 합의에 대해 한미 양국은 “일본의 대북 제재 해제는 비핵화와 연관된 것이므로 투명성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한미#6자회담#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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