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유혈진압 업보… ‘폭풍전야’ 같은 天安門광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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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사태 추모행사 소문 돌아 지하철 출입구 검문검색 강화
베이징 들어오는 시외버스 통제… 현장취재 외신기자 억류하고
자오쯔양 前비서 자택서 연행

3일 오후 5시 5분 중국 베이징(北京) 시청(西城) 구 지하철 1호선 무시디(木’地) 역의 A1, 2 출구 앞. 정복 경찰과 무전기를 든 사복 경찰, ‘치안 자원 봉사대’ 완장을 두른 이른바 ‘민병대’원 등 100여 명이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우고 행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남녀 가리지 않고 신분증을 달라고 하고 여성 가방도 샅샅이 뒤졌다.

톈안먼(天安門) 광장 서쪽에 있는 무시디 역은 25년 전인 1989년 6월 4일 민주화 시위 당시 군과 시위대가 처음 충돌해 사상자가 발생한 곳 중 한 곳이다.

베이징 철도국은 무시디 역의 상징성 때문에 6·4사태의 희생자 모임 중 하나인 ‘톈안먼 어머니회’ 등 단체가 이곳에서 추모 행사를 열 것을 우려한 듯 3일 오후 5시부터 A1, 2 출구를 폐쇄한다고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경찰은 이 역에서 이어진 보도 1km 구간에서 이중, 삼중의 감시를 펴면서 도로 옆 승합차에 무전기를 든 사복 경찰을 대기시켰다.

이날 베이징의 시외버스 정류장에서는 외지에서 오는 승객들에 대한 신분증 검사가 일제히 실시됐다.

외신 기자들의 현장 취재에 대한 단속도 강화돼 번화가에서 6·4사태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며 취재하던 프랑스의 방송 기자가 몇 시간씩 억류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민주 인사들에 대한 연행도 잇따라 중국계 호주 국적의 미술가인 궈젠(郭建) 씨는 외국 신문과 인터뷰를 했다가 1일 당국에 강제로 끌려갔다. 지난달 31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 기사가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FT는 3일 보도했다. 궈 씨는 인터뷰에서 “나도 군에서 근무했지만 당시 같은 폭력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6·4사태 당시 강제 진압에 반대해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정치 비서로 20여 년간 사실상 가택 연금됐던 바오퉁(鮑동) 씨도 지난달 30일 베이징의 자택에서 연행됐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고기정 특파원
#중국#6·4사태#톈안먼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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