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감독-류중일 감독 대담 전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4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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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감독-류중일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신치용 감독-류중일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한 팀이 연속우승을 하면 팬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특정 팀이 너무 강하면 경기의 승패가 빤해져서 흥행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하나다. 물론 리그를 이끄는 것은 우승을 자주하는 최강팀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 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전 세계의 수많은 팬이 따르는 이유는 강팀이 만드는 수성과 도전의 스토리가 사랑받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2014년까지 프로야구를 거친 감독(감독대행 포함)은 64명이다. 이 가운데 우승 감독은 고작 12명이다. 2시즌 연속 우승은 5명이 했다. 3연속 이상 우승은 단 2명뿐이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51)은 이번 시즌 김응룡 감독이 해태시절인 1986~1989년에 했던 4연속 우승이자 사상 첫 4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린다. 라이온스는 28일 현재 29승14패1무로 1위다. 이기면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야구의 특성상 지금이라면 가능해보인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신치용(59) 감독은 이미 국내 프로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13~2014시즌 V리그 우승으로 7연속시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V리그 10시즌 가운데서 무려 8번 우승을 차지했다. V리그를 경험한 21명의 감독(4명의 감독대행 포함) 가운데 가장 빛나는 성과를 올린 신 감독은 삼성화재 감독재임 20년째로 접어드는 2014~2015시즌 V리그에서 또 한번의 우승을 꿈꾸고 있다.

경쟁 감독들에게는 ‘공공의 적’이자 선망의 대상인 두 사람이 만났다.

5월27일 점심을 이용해 용인에서 선수단의 체력훈련을 지휘하던 신치용 감독이 서울 원정에 나선 류 감독의 숙소를 찾았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이나 누릴 수 있다는 연속우승의 영예를 누리는 두 사령탑에게 리더십과 감독의 역할, 우승의 의미 등을 물었다.

●지옥의 문턱에서 살아남았던 두 감독.

공교롭게도 두 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벼랑 끝에 섰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했던 라이온즈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3패를 안으며 낭떠러지 끝에 있었지만 4승3패로 역전승을 거뒀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나온 3연패 뒤 4연승이었다. 블루팡스도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지고 2차전에서도 첫 세트를 내주는 등 4세트를 내리 내줬다. 2차전 2세트에서 듀스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기사회생했다. 이후 9세트를 내리 따내며 3승1패로 역전승 했다. 두 감독은 그때 어떤 생각을 했을 지가 궁금했다.

▲류중일 감독=먼저 3번을 질 때는 내심 포기했다. 선수나 코치들에게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줬다. 5차전을 이기면서 두산이 분위기를 넘겨줬다. 6차전을 앞두고 계기가 있었다. 평소 이기지 못했던 두산의 니퍼트가 등판하는 날이었다. 부담이 클 코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연히 새로 들어간 숙소의 가게에 멋진 구두가 보여 ”6차전을 이기면 구두를 선물 하겠다“고 했다. 코치들은 흘려들었던 모양인데 그날 경기를 이긴 뒤 즉시 구두를 사줬고 7차전도 이겼다. 힘들수록 서로 힘을 모으고 사소한 일에서 마음을 맞춘 것이 결국 우승을 가져왔다. 나로서는 코치들에게 구두 한 켤레씩 사주고 얻은 우승이다.

▲신치용 감독=TV로 5차전을 봤다. 두산이 여기서 못 이기면 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서고 있지만 쫓기는 것이 보였다. 약한 팀이 리드하면 빨리 끝내야 한다. 우리도 4차전에서 지면 어렵다고 생각했다. 현대캐피탈은 아가메즈와 문성민의 힘이 있어서 빨리 끝내야 했다. 2차전 때 현대캐피탈이 앞서고 있었지만 서두르는 느낌이 보였다. 아무래도 우리 하고 경기를 하면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부담을 가진다. 그 듀스마저 졌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 세트를 따낸 것이 계기가 됐다. 우리 선수들이 고비에서 버티는 방법을 알았다. 선수들이 그동안 흘렸던 땀과 팀워크가 만든 역전승이었다.

●우승 다음날 아침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나.

모든 감독은 우승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은 쉽게 실현되지 않는다. 설령 우승한다 해도 감독이라는 자리에 있으면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했다. 누구는 물거품이라고 했고 누구는 어제 내린 눈이라고 했다. 연속 우승을 차지한 두 감독은 우승 다음날 아침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궁금했다.

▲류중일 감독=야구 감독은 경기에 이기면 코치들하고 악수하고 선수들하고 하이파이브 하는 순간만 기쁘다. 우승을 해도 헹가래 받는 순간만 기쁘다. 그 다음은 또 내일 경기, 다음 시즌 걱정이 앞선다. 우승팀이 하위권의 팀보다 이런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 연속 우승을 할수록 그 부담은 더 커진다. 신치용 감독님이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인다. 말이 7번이지. 감독은 항상 내일과 다음 시즌이 두렵다.

▲신치용 감독=우승 다음날 새벽에 눈을 뜨면 ‘이래서 1년을 고생했구나. 이제 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우승 다음날 선수들과의 새벽 미팅에서 하는 말이 있다. “어제 일은 잊어라. 추억이다. 오늘부터 한달 휴가를 주지만 이것은 포상이 아니고 또 새로운 준비를 위해 몸을 가다듬으라는 것이다. 내년 봄을 생각하면 불안하지 않냐”고 말한다.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잘 나갈 때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정상에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감독은 우승을 할수록 더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고 스스로를 쪼아야 한다. 그래서 연속우승은 할수록 더 힘들다. 이번에도 우리는 다른 팀보다 먼저 훈련을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왜 그러냐고 하겠지만 우리 팀 선수 구성을 보거나 내일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안 할 수가 없다. 우리 선수들도 왜 그러는지 잘 알 것이다.

●‘아마추어는 우승을 위해 뭉치고 프로페셔널은 우승으로 하나가 된다’는 말이 있다.

두 사람은 이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안다. 우승을 해봤고 또 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승은 그냥 오지 않는다. 힘들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두 감독은 “그냥 오는 우승, 당연한 우승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걱정이 많고 아무리 힘들지만 오직 우승과 승리를 향해 앞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왜 감독은 우승을 노려야할까?

▲신치용 감독=이런 인터뷰를 해서 욕먹을까 두렵다. 나나 류 감독이나 상대 팀에서 보자면 공공의 적이다. 그렇지만 욕먹을 것이 두려워 적당히 경기를 할 수는 없다. 감독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리다. 힘들게 고생한 선수를 위해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도리다. 우리만 우승해서 다른 팀이나 다른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안 할 수는 없다. 우리 팀 주장 고희진은 우승반지를 8개나 가졌다. 그 반지를 하나도 가지지 못하고 은퇴하는 배구선수가 90%를 넘는다. 다른 선수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감독이다.

▲류중일 감독=프로페셔널은 1등만 살아남는다. 2011년 첫 번째 우승을 한 다음 시즌 초반에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코치들에게 싫은 소리를 좀 했다. 우승 맛을 한 번 보니 또 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어느 코치가 ‘작년에 했는데 또 하려고 하나’라고 불평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래서 그 코치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신치용 감독=연속 우승 팀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내부의 느슨함이다. ‘이제 적당히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문제다. 1년이고 2년이고 모든 경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지금 우리 선수들을 한 달째 다그치는 이유다. 선수들에게 “지금 여유가 있냐? 여기서 한 번 무너지면 그 동안 우승의 추억은 다 과거가 된다”며 자극하고 있다.

●감독으로 산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프로스포츠 팀 감독으로 살아가기는 참으로 힘들다. 모든 결정, 선택과 결과의 책임을 뒤집어쓰는 자리다. 욕먹는 대가로 연봉을 받는다는 소리도 있다. 물론 상위 팀이 하위 팀보다는 덜 하겠지만 우승 팀 감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감독에 비해 결코 편한 자리에 있지 않다. 남들이 모르는 괴로움도 많다.

▲류중일 감독=감독은 외로운 자리다. 특히 가족이 더 힘들 것이다. 누구누구의 아내, 자식으로 잘아가야 하는 것이 힘들 것이다. 그 것이 가족에게 가장 미안하다. 감독이 되면서 주위의 친구도 다 떨어졌다.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연락이 오지 않는다. 정말 외로울 때 하소연할 사람도 없다. 혼자 숙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어쩌다 단장 혹은 입단 동기인 김정수 매니저와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전부다. 외롭지만 숙명이다.

▲신치용 감독=코치들이 먼저 감독에게 술 한잔 하자고 얘기도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말하기도 힘들다. 그러면 강요나 지시가 된다. 원정을 가면 숙소도 선수들과 다른 층이다. 식사도 따로 한다. 혼자 방에서 이틀씩 쳐 박혀 있을 때도 있다. 경기에 진 다음 날은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다. 가장 불편한 상황은 경기에 진 다음날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제 어떻게 됐느냐”고 물은 뒤 “졌다”고 하면 “왜 졌느냐”고 묻는다. 그 말이 가장 듣기 싫다. 많은 사람들이 항상 우리를 이기는 팀으로 안다. 우리 팬들은 패배에 익숙하지 않다. 경기에 지고나면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지만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경기 전에도 밥도 먹지 못한다. 잠이 안 오면 빈속에 폭탄주를 빨리 마신 뒤 방에 들어와 잠을 청한다. 그렇게 해도 잠이 안 오면 꼬박 세운다. 그런 날은 밤새도독 그날 경기를 최소 5번은 머리 속으로 복기한다. 동갑인 강만수 감독은 성지공고 1년 선후배 사이지만 내가 우승한 뒤로 몇 년째 말을 안 했다. 김호철 감독도 예전에 같이 이태원에도 놀러가고 그랬지만 감독이 된 뒤로는 서먹서먹해졌다. 감독은 그런 자리다.

▲류중일 감독=홈경기를 하면 매일 오전에 MTB를 타며 집 부근을 한 시간씩 돈다. 그때가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시간이다.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면 아무도 날 몰라본다. 당연한 우승이라는 소리가 가장 듣기 싫다. 타 팀과 비교했을 때 항상 모자란 것이 보인다. 그래서 걱정이고 또 해야 하니까 스트레스다. 외로워도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 감독이다. 감독은 모든 것에 책임을 진다. 잘 할 때는 감독이 필요 없다.

●감독과 리더십.

감독은 많은 사람을 이끌어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살면서 해보고 싶은 직업 가운데 하나인 매력적인 일이라고 하지만 하고 싶다고 다 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전문적인 기술은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감독은 팀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과 교류하면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하게 만드는 인간 경영자의 역량이 더 필요하다. 요즘 시대는 그 것을 원한다. 두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들어봤다.

▲신치용 감독= 원칙이 있어야 한다. 나는 절대로 나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후배는 기다려줄 수 있지만 선배가 늘어지면 집에 가는 길 밖에는 없다. 선수 본인이 하기 싫다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선참이 혹독하게 훈련을 하면 팀은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

예전 석진욱이 “감독 눈치가 무서워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가 무서워서 훈련한다”고 했다. 그런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싫어하는 타입은 스스로가 한계를 미리 정하는 선수다. 내가 약하면 만들어 내야 한다. 약한 것에 맞춰 훈련하면 발전이 없다. 프로선수라면 자신이 가진 능력이 80뿐이라도 그 것을 넘어서서 120까지 가야한다. 언젠가 우리 선수가 “제 능력은 이것 밖에 안 되는데 왜 그 이상을 시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승팀이다. 우승 팀의 선수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단계까지 가야한다. 나는 기준을 우승팀에 둔다”고 대답했다. 결국 감독의 평소행동이 중요하다. 누구나 경기에 질 수 있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하느냐가 팀을 만든다. 남의 탓 선수 탓을 하지 않고 감독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것이 쌓이면 선수들은 스스로 따른다.

▲류중일 감독=감독은 필요할 때만 보여야 한다. 선수가 팀에서 제일 먼저 보여야 하고 그 다음이 코치다. 예전 감독들은 권위도 있었고 무서웠다. 나는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와 차이를 좁히려고 한다. 위엄보다는 같이 호흡하고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그들이 지닌 어려움을 먼저 얘기하고 관심을 가져준다. 따로 방에 불러서 얘기하는 것은 안 한다. 얘기는 그라운드에서 한다. 선수와 내가 같이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때 팀이 어려운 적이 있었는데 내 지시로 투수 야수는 물론 감독 단장도 같이 러닝을 했다. 같이 호흡을 하고 서로를 느끼자고 했다. 계기가 됐다. 선수에게는 감독의 관심과 격려가 가장 중요하다. 무관심이 제일 무섭다.

▲신치용 감독=우리 팀은 다른 팀보다 훨씬 많이 산을 타고 러닝도 많이 시킨다. 얼마 전에 선수들에게 “왜 러닝을 시키는가”라고 물었다. 선수들은 “지구력을 위해서 뛴다“고 대답했다. 나는 “정신력과 밸런스를 위해 러닝을 시킨다. 지구력을 늘리는 다른 훈련 방법도 많다. 혼자 뛰면서 ‘왜 내가 운동을 하는가’ 같은 생각을 하고 하체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시킨다. 뛰는 것은 벌이 아니다”고 말해줬다. 러닝은 잔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고 신체의 균형을 잡아준다. 선착순 러닝을 시켜도 처음 몇 바퀴는 같이 뛰게 한 다음에 본인의 능력에 따라 뛰게 한다. 몇 년 전 우리 팀이 시즌 도중에 꼴찌에 떨어졌을 때가 있었다. 밤늦도록 단체로 술을 먹고 새벽에 모두모여 눈밭에서 함께 뛰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 것이 계기가 돼 우승을 했다. 러닝은 긴 시즌을 버텨주는 힘이다.

●감독은 선수가 몸으로 느낄 때까지 기다리는 자리.

2013~2014 챔피언 결정전 뒤 신치용 감독이 했던 인터뷰 가운데 귀에 쏙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다. “감독은 선수가 몸으로 느낄 때까지 기다리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의 의미가 궁금했다.

▲신치용 감독=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지시할 때가 있다. 그 지시는 단순해야 한다. “야 임마 뭐해” 하면 끝이다. 그 말을 모든 선수들이 알아듣고 스스로 어떻게 하기 위해서 수 천번씩 연습하는 것이다. 경기 도중에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리는 것은 선수에게 내가 잘 안다고 자랑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감독이 알면 뭐하나. 선수가 느끼고 하려고 해야 한다. 그래서 선수가 그 것을 알고 잘 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감독은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그 카리스마는 어디서 나오는가. 감독이 팀과 선수에게 먼저 헌신하고 다가서지 않으면 카리스마는 생기지 않는다. 류 감독이나 나나 우승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우승이 준 카리스마는 있다. 선수들 스스로가 우승하는 방법을 안다. 감독은 그 것을 기다리면 된다. 내가 먼저 새벽에 훈련장에 나와서 기다리면 선수들에게 “왜 새벽훈련을 안 하느냐”고 다그칠 필요가 없다. 내가 술을 먹으면 집에 가지 않고 숙소에서 자는 이유다. 내가 훈련에 늦어서는 안 된다. 우리 팀은 모든 선수들이 6시30분에 일어나자마자 체중을 재는 것부터 시작한다. 내가 먼저 훈련장에 나가 있어야 한다. 그 것이 솔선수범이다. 이제 술도 줄여야겠다. 갈수록 사고의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먼저 느슨해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두 감독이 가장 부러워 하는 것은?

다른 감독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된 두 감독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들에게는 두려운 것도 부러운 것도 많았다.

▲신치용 감독=야구 얘기를 들어보니 부러운 것이 많다. 규모다. 배구나 농구는 실내종목이니까 한계가 있다. 야구는 배구에 비해 규모가 4배 정도 되는 것 같다. 선수 인원이나 연봉 등도 부럽고 방송의 관심, 넓은 관중석을 채우는 관중 규모도 부럽다. 축구나 농구도 해외축구와 NBA에서 불어주는 온풍이 있다. 밖에서 이런 온풍이 불어줘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다. 배구는 그런 것이 없다. 국내에서 맨땅에 헤딩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어필하는 배구의 매력이 없다. 운영하는 시스템도 야구가 훨씬 앞서가는 것 같다.

▲류중일 감독=나는 신 감독님의 연속우승 숫자가 더 탐난다. 7번이나 연속해서 우승하는 그 노하우를 따로 뵙고 듣고 싶다. 2년 전인가 겨울에 만나서 함께 술을 많이 마시고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데 자주 연락드려야겠다. 우리 팀 트레이너에게 다른 종목의 훈련 방법을 야구에 접목시켜보라고 얘기했다 배구 농구 축구의 다양한 훈련방법을 보고 야구선수에 필요한 근육을 만들고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배구를 유심히 보면 스파이크 동작이 피칭과 닮았다. 어깨 강화를 위해 배구에서 어떤 훈련을 하는지 궁금하다.

▲신치용 감독=우리는 7년 연속 드래프트에서 말번 순번을 받았다. 지난해에 입단한 선수 5명 가운데 4명이 배구를 포기했다. 최근 다른 팀에서 방출한 선수 3명을 새로 받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선수를 보강해야 한다. 다음 시즌 우리 선수 가운데 삼성화재 출신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완전히 외인부대다. 규정도 문제다. 샐러리캡 때문에 우승을 하고도 모든 선수의 연봉을 깎아야 할 판이다. 7번 연속해서 우승했는데도 그렇다.

▲류중일 감독=박철우 선수의 연봉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5억원 이상은 받는 줄 알았다.

▲신치용 감독=샐러리캡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많은 사람들은 삼성은 뒷돈을 많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정해진 규정대로 해왔다. 이제는 그 한계에 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류중일 감독=선수가 없다. 외부에서 보는 삼성과 내부에서 보는 삼성은 다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욕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선수가 없다. 키워야 한다. 2개 팀이 새로 생겼고 신인드래프트에서 최하위 순번을 3년째 하다보니 2군에 선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팀에서 잘린 선수나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잘 뽑아야 한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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