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규찬]‘안전 사회’ 규제보다 의식전환이 먼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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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찬 영국 러프버러대 러프버러 디자인 스쿨 교수
전규찬 영국 러프버러대 러프버러 디자인 스쿨 교수
예일대의 사회학자인 찰스 페로 교수는 ‘정상적인 안전사고(Normal accident)’라는 책에서 항공, 선박, 화학공장, 핵발전소 같은 복잡한 시스템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2003년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2006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영국군 정찰기 추락사고가 모두 단순한 기술 결함이 아니라 더 빨리 작은 비용으로 일하겠다는 인간의 잘못된 결정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

시장경제에서 이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조직 회복력이다. 사고 발생 전에 징조를 미리 감지하여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사고 발생 후에 객관적인 분석을 통한 학습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사회 전체가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2000년 초반. 의료안전 관련 한 국제 학회에선 역사상 가장 끈질긴 사명감으로 노예무역 금지 캠페인을 벌였던 영국의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를 배우자는 논의가 이뤄졌다.

그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영화로도 알려진 인물로, 1800년대 초반 영국에서 노예무역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정치인이다. 당시 노예무역은 대영 제국 경제의 근간이었다. 법안을 표결할 대다수 국회의원은 노예무역으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윌버포스는 20년 동안 사명감을 가지고 매년 법안을 올렸다. 이렇게 해서 당시로선 전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을 해냈다.

이제는 세월호 같은 안전사고를 둘러싼 분노의 에너지를 해결과 신념의 긴 여정을 출발하게 하는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단순한 규제와 처벌 강화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인간의 긍정적인 역할을 고려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와 더불어 개인의 의식과 문화의 변화도 시작되길 빈다.

현실적으로 안전사고는 완전히 피할 수 없다. 사고가 좀 더 드물게 발생하고, 발생하더라도 대참사로 이어지지 않는 대한민국을 다 같이 만드는 게 숙제다.
▶[전문] 규제보다는 의식의 변화가 먼저다

전규찬 영국 러프버러대 러프버러 디자인 스쿨 교수
#안전사고#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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