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종 “아버지 떠난후 춤꾼의 길 더 간절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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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용 대가 故임이조 아들 현종씨, 11일 추모공연서 승무 독무 펼쳐

‘전통춤 발표회의 달인’이라 불렸던 고 임이조 선생의 아들 임현종. 그는 아버지처럼 매년 새로운 춤을 선보이는 색깔 있는 무용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통춤 발표회의 달인’이라 불렸던 고 임이조 선생의 아들 임현종. 그는 아버지처럼 매년 새로운 춤을 선보이는 색깔 있는 무용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기신 장삼채(승무를 출 때 긴 장삼 자락을 걸치기 위해 손에 드는 북채)를 손에 들고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무대에서 교감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한국 전통무용, 그중에서도 승무와 살풀이춤의 대가였던 고 임이조 선생(1950∼2013·사진)의 아들 임현종(21·세종대 3년)은 한국 무용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무용수다. 네 살 때 아버지로부터 처음 춤을 배운 그는 다섯 살 때부터 각종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었다. 지난달엔 국내 최고 권위의 동아무용콩쿠르에서 전통무용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피’는 속일 수 없는 걸까. 그에게 금상을 안긴 춤은 승무 독무였다. 지난해 11월 아버지를 여읜 그는 이달 1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문화의집에서 부친의 제자들과 함께 ‘임이조의 춤’이란 추모공연을 연다. 그는 이 무대에서 승무 독무를 펼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정신을 차렸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내가 왜 춤을 춰야 하는지 고민했고, 평생 무용가 임현종이 아닌 임이조의 아들 임현종으로 불리며 살게 될까 걱정했죠. 춤을 그만두려고까지 했어요.”

그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큰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버지와 사별한 뒤 춤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고, 춤꾼으로 살아야 하는 목적이 명확해졌다고 고백했다. 부친이 살아생전 자신에게 입버릇처럼 ‘너는 나보다 더 유명해질 것이고, 춤을 더 잘 출 것이다’라고 한 말 때문이다. “아들 입장에서 늘 부담스러웠던 이 말이 이제는 아버지의 유언으로 제 가슴에 아로새겨졌습니다.”

그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객석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계신다는 마음으로 이번 무대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올 연말에도 부친을 위한 추모 공연을 연다. “12월 3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아버지의 제자들과 함께 ‘임이조의 춤 레퍼토리’라는 주제로 무대를 꾸밀 생각입니다. 아버지의 춤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죠.” 그는 12월 공연에선 승무뿐 아니라 한량무도 함께 선보이겠다고 했다.

임현종은 아버지의 추모 사업을 이야기할 때에는 눈빛에서 강한 의지가 읽혔다. 그는 “아버지의 무대의상을 단 한 벌도 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집에 아버지 무대의상 100여 벌과 장신구 100여 점을 보관 중이에요. 훗날 성공해서 꼭 아버지의 이름을 내건 박물관을 짓고 싶거든요. 아버지의 유품들을 전시할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용가 임이조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한국전통무용#임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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