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홍혜경 “가수경험 많지만 행정은 모르잖아요… 국립오페라단 단장자리, 단박에 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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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홍혜경 데뷔30년 기념공연

크레디아 제공
크레디아 제공
“단순히 오페라 아리아만 부르려고 온 게 아니에요.”

소프라노 홍혜경(55·사진)이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데뷔 30주년을 맞아 12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4년 만에 리사이틀 공연을 한다. 2일 오전 서울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섰다.

“저로선 처음 시도해보는 무대를 만들 생각이에요. 처음 메트에 데뷔했을 때 불렀던 아리아에서부터 최근에 부른 아리아까지, 내가 왜 이 오페라작품을 선택했는지 설명하면서 한 곡씩 부를 생각입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메트 데뷔작인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왕의 자비’의 ‘그를 위한 당신의 눈물은’에서부터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그리운 시절은 가고’,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의 ‘꿈속에 살고 싶어’, 베르디 ‘리골레토’의 ‘그리운 그 이름’까지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를 소화할 예정이다.

홍혜경은 특히 이번 공연에 국내 젊은 성악가들이 관객으로 찾아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에는 특색이 있고 낼 수 있는 음색의 한도가 있죠. 자신의 목소리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신인일 때 범할 수 있는 실수 중 하나가 (오페라단에서) 불러주면 무조건 자신의 목소리 색깔을 고려하지 않고 역할을 맡는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3∼5년 내 사라진 오페라 가수가 너무나 많죠.”

1982년 메트로폴리탄 콩쿠르 우승 이후 홍혜경이 처음 제안 받은 역은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룰루’의 창녀 역할이었다. 뒤이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나비부인’이나 ‘투란도트’의 크고 작은 역할이 들어왔다 “내 목소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었어요. 첫 데뷔를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캐스팅의 색깔도 달라진다고 생각해 다 거절하고 2년간 쉬었죠.” 결국 그녀는 “1984년 ‘티토 왕의 자비’ 작품에서 여주인공인 세르빌리아 역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홍혜경의 이런 단호한 성격은 최근 국립오페라단으로부터 공석인 단장직을 제안 받았을 때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단박에 거절. 이유를 묻자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제가 오페라 가수로서 경험이 많을 뿐이지 조직을 이끌 만한 행정가로서의 경험은 전혀 없잖아요?”

그는 “이번 공연은 깐깐한 제가 고른 작품 중 저와 너무 잘 맞는 역할의 아리아로 꾸며봤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1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4만∼12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홍혜경#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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