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전설’ 박은주 김영사대표 물러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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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매출 부진 책임지고 사의”… 김강유 창업주와 경영권 다툼說도

‘출판계의 전설’로 불렸던 김영사의 박은주 대표(56·사진)가 지난달 31일 전격 사퇴했다. 박 대표는 1일에는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출판인회의에도 사의를 표명했다.

김영사 측은 “박 대표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회사 내부의 유통 관련 문제와 매출 부진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출판계는 박 전 대표가 출판계 성공신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원 인제 출신인 박 전 대표는 1979년 평화출판사에 공채로 입사해 출판계에 입문한 뒤 1982년 김정섭(현재 김강유로 개명) 당시 김영사 사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김영사로 옮겼고 1989년 만 31세에 대표로 발탁됐다. 이후 그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1989년)를 시작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1994년), ‘정의란 무엇인가’(2010년), ‘안철수의 생각’(2012년)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펴내면서 ‘출판계의 미다스 손’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런 박 전 대표의 사퇴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상당수 출판인은 “경영 문제가 박 대표 퇴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2012년 349억 원이던 김영사의 매출은 지난해 277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출판도매업체가 김영사의 성인 브랜드 ‘김영사온’에서 낸 책의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자 소문에 불과하더라도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결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김영사의 사재기 가담 여부를 현재 조사 중이다.

종교적으로 오랜 인연이 있던 창업주 김강유 회장과 박 전 대표의 갈등설, ‘경영권 다툼’ 때문이라는 관측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4월 김 회장이 김영사로 전격 복귀하면서 박 전 대표에게서 출판 기획 권한 외의 업무는 배제해 갈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사 대표는 “김 회장과 박 전 대표가 김영사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데 박 전 대표 지분이 50%가 못 돼 밀려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기업공시 자료에 따르면 김영사 주식 지분을 박 전 대표가 40.26%, 김 회장이 28.64% 소유한 것으로 나온다. 나머지 30여 %는 김 회장 우호 지분일 가능성이 크다.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박 전 대표는 본보 기자에게 사퇴 이유에 대해 “경영권 문제는 아니다”며 “최근 야기된 유통 문제와 사재기 논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해 사직한 것이다.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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