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심은진 “배우 심은진으로 인정받을때 가장 기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3일 06시 55분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잔소리꾼에 독설가지만 남편의 사랑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내 ‘정인’ 역을 맡은 심은진. 심은진은 소극장 무대를 통해 ‘연예인 심은진’이 아닌 ‘배우 심은진’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사진제공|수필름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잔소리꾼에 독설가지만 남편의 사랑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내 ‘정인’ 역을 맡은 심은진. 심은진은 소극장 무대를 통해 ‘연예인 심은진’이 아닌 ‘배우 심은진’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사진제공|수필름
■ ‘진짜 배우’가 된 원조 걸그룹스타 심은진

가수·연기 병행…이젠 성숙한 연기자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정인 역 호평

“연기하면서 꼭 결혼해야하나 고민
꼭 그런 남편만 있는건 아니겠죠?”


“잡은 물고기에 더 이상 밥을 줄 필요가 없다고요? 제발 그러지들 마세요! 무서워서 제가 결혼을 못 하겠어요!”

원조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으로 가수와 연기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심은진. 베이비복스 시절 터프와 보이시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서른이 넘어서면서 성숙한 여인의 향기마저 품은 매력적인 연기자로 거듭났다. TV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심은진은 2011년 강도하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로 처음 대학로 무대에 섰다. 이후 뮤지컬 ‘온에어 초콜릿(2011)’, 연극 ‘연애시대(2013)’에 출연했다.

요즘은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여주인공 ‘정인’ 역으로 대학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2012년·감독 민규동)의 연극 버전이다.

● 관객이 ‘배우 심은진’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심은진이 맡은 ‘정인’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 요리실력에 섹시함까지 갖춘 완벽한 아내지만 입만 열면 불평과 독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 남편 두현(전병욱 분)을 괴롭게 만든다. 결국 견디다 못한 두현은 아내와 이혼하기 위해 이웃집의 카사노바 성기(김도현 분)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한다.

심은진은 “이거 연기하면서 내가 꼭 결혼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결혼생활의 문제점을 모두 아내에게 돌리고, 아내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 우리나라 남편들에 대해 불만이 많아 보였다.

연극을 본 미혼의 여자관객들 역시 대부분 공감하는 부분이란다. 남자들은 “잡은 물고기에게 밥을 안 준다”고 하지만 여자들은 “잡은 어부에게 오히려 뭔가를 더 꺼내 주려고 한다”고 했다. ‘꼭 그런 남편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은 분위기에 꼼짝없이 ‘극중 유부녀’ 심은진의 설교를 들어야 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심은진의 네 번째 공연무대다. 가장 기쁜 일은 관객들이 이제 ‘연예인 심은진’이 아닌 ‘배우 심은진’으로 봐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작 ‘연애시대’는 첫 장면에서 아주 조용한 납골당에 심은진이 혼자 등장한다. 객석 곳곳에서 “심은진이다”하는 소리가 수군수군 들려왔다. 처음에는 그게 굉장히 어색했단다. 심은진은 “이제는 ‘심은진, 심은진’하던 사람들이 극이 중간쯤 가면 나보다 더 울고 있더라. ‘내가 오늘 하려고 했던 것들이 관객의 마음에 전이됐구나’ 싶을 때 (배우로 인정받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라고 했다.

● ‘전방위 작가’ 심은진, “하반기에는 설치미술에 도전”

심은진은 가수, 연기뿐만 아니라 ‘작가’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자신이 직접 그리고 찍은 그림과 사진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아티스트그룹인 이미지네이션케이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DJ 심’이라는 닉네임의 디제이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심은진이 직접 그린 노란리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신의 그림, 사진과 글을 묶은 에세이 도록도 생각 중이다. 이 에세이 도록을 전시 때마다 콘셉트화할까도 구상하고 있다. 길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결국 ‘인간 심은진’을 표현하는 조금씩 다른 방식일 뿐이라고 했다.

조금은 놀랍지만, 심은진은 “모든 것은 일정한 고통 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에 대한 토사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노래, 연기, 그림, 사진, 글 등 모든 결과물은 그의 ‘밝음’이 아닌 ‘어두움’의 산물이다.

올 하반기에는 연극출연으로 잠시 놓고 있던 드라마로 복귀할 계획이다. 두 번째 전시회도 준비한다. 심은진은 고등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는 “그래서 뭐 하나 전문이 없는 대신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며 “올해는 설치미술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업자(?)는 절친 연기자 정려원이다.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정려원의 아틀리에를 찾아 “열심히 나무를 자르고 있다”며 웃었다.

아이돌 스타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심은진의 스텝은 빠르지는 않지만 확고하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인간 심은진’이 궁금하다. 그의 말대로 심은진은 ‘전문을 떠나 무엇이든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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