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인의 전사 Road to Brazil] 김신욱 “팀 위해 내 모든 것 불사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3일 06시 40분


김신욱(울산)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그의 꾸준함을 높이 사 월드컵대표팀의 공격수로 낙점했다. 스포츠동아DB
김신욱(울산)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그의 꾸준함을 높이 사 월드컵대표팀의 공격수로 낙점했다. 스포츠동아DB
16.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

키만 큰 선수…홍명보호 전술상 배제 시련
단점 보강 뒤 꾸준한 득점으로 대표팀 승선
일상이 곧 훈련…틈만 나면 균형잡기 운동
“골 감각도 위치선정도 부족…매순간 배워”


“경기 종료를 얼마 안 남긴 시점에 우리 전술을 상대에 알려주는 건 치명적이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을 마친 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가한 일침이다. 칼날은 장신 공격수 김신욱(26·울산 현대)을 향하고 있었다. 신장을 앞세운 제공권에만 능한 ‘반쪽짜리’ 선수라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물론 이는 김신욱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대표팀 동료들이 김신욱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볼을 띄우다보니 벌어진 현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벤치는 냉정했다. 어느새 익숙해진 태극마크와도 잠시 이별했다. 홍 감독의 따끔한 발언이 나온 뒤 4개월 가까이 김신욱의 이름은 대표팀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평가전(1-2 패)에서 골 맛을 다시 보기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해야 했다.

● 홍명보 감독의 달라진 평가

‘경기 종료’ 발언이 나온지 8개월여가 흐른 올해 3월. 홍명보 감독의 김신욱 관련 발언에선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본인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 한 단계 발전한 것 같다.” 올해 1월 브라질∼미국으로 이어진 대표팀의 동계강화훈련에서도 크게 인정받지 못한 김신욱에게는 아주 긍정적 신호였다. 마치 꿈처럼 멀게 느껴졌던 2014브라질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움트기 시작했다.

그래도 선택받은 최고 선수들만이 밟을 수 있는 월드컵이다. 당연히 ‘축구선수’ 김신욱의 꿈 역시 월드컵 출전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마음을 편히 가져라”며 조언하는 주변과 달리 본인은 안심할 수 없었다. 내내 불안했고, 초조했다. 공교롭게도 월드컵 최종엔트리(23명) 발표(5월 8일)가 임박한 4월,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그의 페이스는 눈에 띄게 하락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김신욱의 진가를 인정했다. 한순간 ‘반짝’ 행보가 아닌 ‘꾸준함’을 높이 샀다. 그렇게 김신욱은 브라질월드컵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 모자람을 채운 선수, 월드컵 골 사냥 나선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대표선수 프로필에는 김신욱의 키가 196cm로 나온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말 기준이다. 최근 몇 개월 새 더 컸다. 197.5cm다. 그런데 김신욱은 그저 키만 큰 선수가 아니다. 마음의 성장판도 닫히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상처도 입었지만, 스스로를 자극하는 계기로 삼았다. 자신이 ‘축구의 아버지’로 삼은 김호곤 전 울산 감독의 배려 속에 지난해까지 울산에 머문 일본 출신의 도이자키 피지컬 코치의 개인지도와 더불어 개인 트레이너(이창현)의 특별프로그램까지 소화했다.

물론 시련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올해 초 브라질 이구아수에 차려진 대표팀 캠프에서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로부터 “체중이 불었다”며 질책을 받았고, 체력 테스트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묵묵한 훈련으로 당당히 ‘월드컵 태극전사’가 됐다. 워낙 키가 크다보니 상·하체의 힘 배분과 조절이 어려운데, 틈날 때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의자에서 균형 잡기 훈련을 한다. “(김)신욱이의 일상이 곧 훈련”이라는 누군가의 우스갯소리가 괜한 게 아니다.

김신욱은 “난 모든 게 부족하다. 골 감각도, 위치 선정도 남들보다 우수한 게 없다. 그래서 매 순간이 배움이다. 월드컵에서도 많은 걸 배울 거다. 하지만 임무는 잊지 않았다. 팀을 살리는 플레이, 팀을 위한 열정과 자세로 큰 역할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신욱(울산 현대)은?
▲생년월일=1988년 4월 14일
▲키·몸무게=196cm·93kg
▲출신교=과천 문원중∼과천고∼중앙대
▲프로 통산=울산 현대(2009년∼현재), 186경기·74골·17도움(리그 기준)
▲A매치 데뷔전=2010년 1월 9일 잠비아전(평가전·원정)
▲A매치 통산=27경기·3골
▲월드컵 경험=없음
▲주요 경력=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