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Plus] 팀 리빌딩도 이기면서 해야 성공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3일 06시 40분


약팀은 세대교체하기도 만만찮다. 강팀에서 기존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성장한 선수들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통합 3연패에 빛나는 삼성은 김상수, 박해민, 김헌곤(왼쪽부터) 등 끊임없이 선수들을 발굴하고 있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약팀은 세대교체하기도 만만찮다. 강팀에서 기존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성장한 선수들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통합 3연패에 빛나는 삼성은 김상수, 박해민, 김헌곤(왼쪽부터) 등 끊임없이 선수들을 발굴하고 있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세대교체 통한 약팀의 도약…왜 힘들까?

삼성 김상수 붙박이 주전 성장 ‘좋은 예’
나머지 탄탄한 8명 속 꾸준한 출전 비결
한화, 정근우·이용규 영입 리빌딩 시도
젊은 선수들 베테랑과 경기하며 성장 기대

원활한 세대교체는 모든 감독의 희망사항이다. 오랜 시간 팀의 기둥으로 활약해온 베테랑들과 잘 뽑아 잘 키운 신진세력들의 완벽한 조화는 강팀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약팀은 강팀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리빌딩’이라는 이름의 세대교체를 종종 시도한다. 위기에 빠진 팀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신임 감독들이 직접 발굴한 유망주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면서 체질개선을 꾀하는 이유다. 최근 LG 양상문 감독도 퓨처스(2군)리그 4할 타자 채은성을 꾸준히 경기에 내보내 정체됐던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렇다면 세대교체를 통한 약팀의 환골탈태는 과연 가능할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결코 수월하지도 않다. 야구 관계자들은 “결국은 강팀이 세대교체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박진만·김수경·오재영 발굴한 현대, 강했기에 가능했다

2000년대 초반 최고의 팀으로 군림했던 현대가 좋은 예다. 당시 현대 운영팀에 몸담았던 넥센 염경엽 감독은 “강팀이었기에 좋은 선수들을 숱하게 키워낼 수 있었다”고 했다. 1996년 데뷔한 박진만은 신인 때부터 주전 유격수로 꾸준하게 기용됐다. 결국 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체 불가능한 ‘국민 유격수’로 성장했다. 염 감독은 “다른 8명의 타자가 안정적이고 강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다른 포지션이 탄탄하다면 한두 자리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자원들을 믿고 끝까지 기회를 주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가 김수경, 오재영, 이동학 등 선발투수 신인왕들을 꾸준히 배출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다른 선발투수들이 강하다면 좋은 신인투수 한 명은 충분히 키울 수 있다. 한 시즌의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다 보면 선수들은 성장하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 김상수 키운 삼성과 화수분 야구 가능한 두산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한 삼성도 그렇다. 2009년부터 유격수 김상수를 계속 내보내 붙박이 주전으로 육성해냈다. 올해 역시 중견수 자리에 유망주 정형식과 신인 박해민, 김헌곤 등을 번갈아가며 기용해 자연스러운 경쟁과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나머지 8명의 라인업이 톱니바퀴처럼 잘 갖춰진 삼성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 해설위원은 “두산이 자랑하는 ‘화수분 야구’도 기본적으로 강팀의 베이스가 갖춰져 있었기에 더 빛을 발했다”며 “강한 선수들 사이에서 기회를 잡고 성장한 선수들은 그만큼 더 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 역시 “주변 선수들이 강해야 그 안에 투입된 유망주도 함께 강해진다”고 했다.

● 한화에 FA 정근우·이용규가 필요했던 이유

한화는 지난 몇 년 간 리빌딩과 세대교체를 ‘시도’만 했다. 지난해 말 영입한 프리에이전트(FA) 내야수 정근우와 외야수 이용규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선택이다. 한화 관계자는 “둘의 안타나 도루가 전부는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하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새로운 면을 느끼는 효과까지 기대했다”고 말했다. 한 해설위원 역시 “한화의 젊은 선수들은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가 투수와 어떤 승부를 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타자들뿐만 아니라 투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턱대고 유망주들만 대거 기용하는 인위적 세대교체는 결국 함께 제자리걸음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다. “리빌딩도 이기면서 해야 성공한다”는 한 전임 감독의 말처럼, 강팀이 되려면 결국 함께 더 강해져야 한다. 그래서 시간의 힘이 필요하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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