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돌연 “바닥부터 재창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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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의사’ 타이틀 버리고… 침구청소기 대박 친 이성진 레이캅 대표
2007년 세상에 없던 제품 만들어… 지난해 1000억 넘는 매출 올려
짝퉁 등장하고 대기업 뛰어들자… “제대로 된 브랜드로 다시 승부

의사 경력을 살려 세계 최초로 침구청소기를 개발한 이성진 레이캅코리아 대표. 레이캅코리아 제공
의사 경력을 살려 세계 최초로 침구청소기를 개발한 이성진 레이캅코리아 대표. 레이캅코리아 제공
이성진 레이캅코리아 대표(44)는 2007년 ‘침구청소기’라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지난해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대박을 쳤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1996년까지는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은 의사였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업이 ‘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사업’이라고 확신한다. 암 투병을 한 할머니를 보면서 “커서 아픈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어린 시절의 결심을 이 사업을 통해 실현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어느 나라나 인구의 3분의 1이 알레르기에 시달리는데 발병 원인의 70% 이상은 집 안 먼지와 진드기 때문”이라며 “먼지와 진드기를 잡는 전용 침구청소기 개발을 처음 기획한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중보건의로 제대 후에 미국 듀크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2005년까지 미국 존슨앤드존슨에서 3년 반 영업 말단으로 뛰며 바닥을 처음 경험했다. 이 대표는 “100개 이상 회사를 찾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난 것이 훗날 영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귀국 후 그는 아버지가 창업한 자동차·전자 부품 회사 부강샘스에 입사해 각고의 노력 끝에 침구청소기 ‘레이캅(ray cop·광선으로 진드기를 잡는 경찰이란 의미)’을 개발한다.

2007년 3월 1000대를 처음 생산했지만 유통망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공장과 가까운 인천 일대 아파트를 직접 다니며 부녀회장들과 친분을 터서 제품을 팔았다”고 했다. 다행히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홈쇼핑 시장에 진출한 뒤로는 승승장구했다. 2011년 180억 원을 기록한 매출액은 2012년 250억 원, 지난해에는 1100억 원으로 뛰었다. 경영 위기에 처했던 아버지 회사는 이 제품 덕분에 다시 부활했다. 현재 이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현재 일본에서는 업계 1위다.

하지만 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카피캣’ 제품들이 등장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과의 경쟁도 시작됐다. 그가 최근 다시 ‘출발점으로의 복귀’를 선언한다. 이 대표는 “진작 브랜드 가치를 관리하고 다양한 고객 지원을 시도했더라면 짝퉁이 등장하고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어도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제대로 된 브랜드를 완성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일단 종전 제품은 모두 단종시키고 부강샘스에서 독립해 레이캅코리아라는 별도 법인을 세웠다. 브랜드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다짐이다.

이 대표는 “새로 꾸린 영업팀에는 매출이나 판매 목표를 주지 않았다. 오로지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고객만족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방안만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침구청소기#이성진#레이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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