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 이창용 “DTI-LTV 규제 완화 필요”… 신현송 “저금리 외화조달 주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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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을 예로 들며 “아시아 국가들이 일부 거시건전성 정책을 완화할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확장기 도입한 부동산 거래규제 수축기에는 풀어야 ―이창용
금융확장기 도입한 부동산 거래규제 수축기에는 풀어야 ―이창용
이 국장은 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2014년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의 기조연설을 통해 “LTV 및 DTI 규제 강화, 주택거래세 인상 등 거시건전성 정책은 아시아 국가의 경제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면서도 “이런 정책이 금융 확장기에는 효과가 있었겠지만, 일부 규제의 경우 수축기에는 규제 정도를 완화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출규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집값의 50%까지만 대출을 허용하고 있는 수도권의 LTV 규제를 지방 수준(60%)으로 높이고 청년과 고소득층 등 일부 계층의 DTI 규제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가계부채의 증가를 우려해 대출 규제의 큰 틀을 손보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 국장은 컨퍼런스를 마친 뒤 “완화 여지가 있다고 한 일부 규제가 한국의 LTV, DTI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향후 신흥국 기업들의 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라 나왔다. 지난달 취임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조연설에서 “최근 신흥국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저금리로 외화를 조달해 자국 금융기관에 자국통화로 예금하는 ‘캐리 트레이드’를 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향후 대외여건이 바뀌면 예금자산이 줄어들고 부채만 늘어나는 ‘통화 불일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향후 금리를 올리면 기업들이 갖고 있는 외화부채의 채무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보유예금의 가치가 줄어드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신 이코노미스트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기업들)도 대외변수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美금리 인상하면 외화부채 부담 늘고 원화 예금 가치 줄어 ―신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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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은행은 4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시장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오르면 국내 위험기업과 위험부채 비율이 현재보다 각각 3.1%포인트, 1.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창용 국장도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이익 대비 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들의 부채가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환경변화에 따라 이자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 한계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세계 경제석학들의 조언과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데이비드 블룸 미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은 1965∼2005년 인구요인이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2.01%포인트 높이는 역할을 했지만 2005∼2050년에는 0.87%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년연장과 여성의 경제활동 장려, 외국인력 도입 등을 통해 고령화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기조연설을 맡은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는 국민적 슬픔을 초래한 큰 사고였지만 경제적으로는 소비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인 만큼 정부가 개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추가 부양에 나설 필요는 없다”며 “한국경제가 일본을 모방하지 말라는 말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이창용#신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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