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車 타고 싶은데… 4대 장벽이 방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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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3가 영등포구청 환승공영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구역에 한 공무용 차량이 충전 중도 아닌데 주차돼 있다. 급할 때 쓰라고 만든 급속 충전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3가 영등포구청 환승공영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구역에 한 공무용 차량이 충전 중도 아닌데 주차돼 있다. 급할 때 쓰라고 만든 급속 충전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3가 영등포구 환승공영주차장. 주차장 모서리 부분에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는 주차구획 두 칸이 마련돼 있었다. 이 중 한곳엔 공무수행용 전기차가 충전 중도 아닌데 주차돼 있었다. 이곳은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는 충전기를 이용할 수 없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주차 요금을 받는 관리인이 퇴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찾은 홈플러스 목동점 주차안내 직원도 “대형마트 영업시간인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난해 말 현재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1871대에 불과하다. 독일의 15.4%, 일본의 3.2% 수준이다. 전기차 확산을 막는 4대 장벽을 짚어봤다.

○ 제 역할 못하는 급속 충전소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낮에는 타고 돌아다니고 전력 값이 싼 밤에는 약 4시간 완속 충전하는 방식으로 이용한다. 그러나 휴대전화 배터리를 편의점에서 급속 충전을 하듯 전기차도 급할 땐 30분에 80%를 충전하는 급속 충전소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공영주차장이나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설치하는 급속 충전소들은 영업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어 급할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evcis.or.kr)은 충전소 운영시간도 고지하지 않고 있다. 영등포구 환승공영주차장의 도로명 주소가 ‘서울시 서초구 과천대로 950-18’이라고 표기되는 등 일부 충전소는 주소도 틀리게 나와 있다.

급속 충전기 확산도 더딘 편이다. 환경부는 2017년까지 전국에 600대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3월 말까지 설치된 충전기는 177대에 그친다. 당초 올해 100대를 추가할 계획이었으나 예산이 달려 50대로 목표를 축소했다.

○ 공동주택 거주자는 주민 동의 받아야

현재 전기차 공모에 신청하려면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파트(2010년 기준 전체 주택의 58.4%),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12.6%)처럼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국내에서는 쉽지 않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관리사무소와 동대표 협의회, 주민 등으로부터 ‘주차구획 한 칸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도 된다’는 동의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김모 씨(31)는 “오래된 아파트는 가뜩이나 주차장이 부족한데 한 칸을 특정 주민에게 준다고 하면 누가 찬성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미미하다. 현행 주택법은 20채 또는 1만 m² 규모 이상 주택을 건설할 때 부대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그 부대시설 중 하나가 전기차 충전소이긴 하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업체들이 비상용 충전케이블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220V 콘센트에 꽂으면 완전히 충전되기까지 15시간이 걸린다. 또 전기차 전용 계량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누진세가 적용된다. 급하다고 아무데나 꽂으면 사실상 전력을 도둑질하는 셈이 된다.

기존 아파트 시설에도 전기차 충전시설을 따로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충열 한국환경공단 과장은 “기존 및 신규 아파트에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일종의 복지시설처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저탄소차협력금제 도입따라 보조금 삭감

내년부터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많은 차량에 부담금, 적은 차량에 보조금을 각각 주는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시행된다. 전기차를 구입하는 모든 사람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1인당 받는 액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환경부 잠정안(전기차 보조금과 부담금 상한액 700만 원)에 대해 업체들이 부담금이 과하다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담금을 줄이면 보조금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는 환경부가 전기차 1대당 1500만 원, 지방자치단체들이 300만∼900만 원의 보조금을 준다. 예산 한계로 올해는 800명만 받을 수 있다.

○ 부처들끼리 의견 달라 혼선

현재 전기차 충전방식 승인 및 전기차 기술 개발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담한다. 충전소 확산 및 보조금 집행은 환경부 소관이다. 공동주택에 전기차를 설치하는 문제는 국토교통부, 혼잡통행료를 면제해주는 부분은 기획재정부 담당이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기재부, 산업부, 환경부가 모두 관여한다. 업계 관계자는 “부처들끼리 의견이 제각각이다 보니 소비자와 정부 사이에서 업체들만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전기차#급속 충전소#공동주택#저탄소차협력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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