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은 국제질서 위협말라”… 中 “美는 패권주의 그만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아베 독트린 파장]
싱가포르 亞안보회의서 난타전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아시아 패권 다툼의 장으로 돌변했다. 포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열었다. 아베 총리는 회의 첫날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아베 독트린(외교원칙)’을 천명하면서 중-일 갈등에 불을 지폈다.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현상 변경을 고정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평온한 바다를 되찾도록 지혜를 쏟을 때”라고 중국을 겨냥했다.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분쟁 중인 필리핀과 베트남에 순시선 10척씩을 제공한다는 방침도 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분쟁 해결 방식으로 ‘법의 지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0분 연설 동안 12번이나 거론했다.

이에 제복을 입은 인민해방군 간부는 아베 총리의 연설이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일본은) 일본군에게 살해된 수백만 명의 중국인과 한국인의 영령에는 어떤 자세를 표명하겠는가”라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하루 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나서 ‘중국 때리기’에 힘을 더하자 ‘미일 대 중’의 전선이 형성되면서 난타전이 벌어졌다.

헤이글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연설에서 “중국은 분쟁이 있는 해역에서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는 일방적 행동을 하고 있다. 미국은 영토분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지만 위협, 강압, 무력 사용, 협박으로 영유권 주장을 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것이 큰 나라건 작은 나라건 대응할 것”이라고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또 그는 “미국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는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발끈한 왕관중(王冠中) 중국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은 미중 양자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헤이글 장관 면전에서 “매우 솔직한 연설을 하시더라. 그렇지만 근거 없는 비판이다”라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의 패권주의로 가득 찬 연설이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헤이글 장관과 아베 총리의 연설을 보면 누가 아시아에서 갈등을 부추기는지 알 수 있다. 이들은 서로 주고받으며 듀엣을 부르고 있다”고 비꼬았다. 중국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에 대해 ‘패권주의’라는 단어를 동원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중국은 또 같은 날 열린 안보회의 분과회의에서 일본 측이 중국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유전 탐사를 겨냥해 국제법 준수를 요구하자 발끈했다. 푸잉(傅瑩)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 겸 외사위원회 주임은 “(일본은) 국제법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국제법이 마치) 일본의 법률인 것처럼 들린다. 일본은 고래잡이부터 중단해 국제법을 준수하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왕 부총참모장은 앞서 지난달 30일 밤 만찬에서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에게 면박을 줬다. 오노데라 방위상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자 그는 “잘 들었다. (그러나) 아베 선생의 강연은 ‘함사사영(含沙射影·남을 몰래 공격해 해악을 끼치는 것)’ 식으로 중국을 비난했다”고 쏘아붙였다.

미국과 중국이 공개적인 말싸움 난타전을 벌인 것은 미국이 아시아 중시 정책에도 불구하고 점차 영향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를 외치며 이러한 안보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국의 영향력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필연적으로 보는 아세안 각국이 대국 간 싸움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샹그릴라 대화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2002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다자회의로 회의 장소가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이어서 ‘샹그릴라 대화’로 불린다. 올해는 27개국 국방 당국자와 안보전문가가 참석했다.

:: 아베 독트린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겠다는 외교 원칙.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비판하면서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일본의 보다 능동적인 역할 확대 천명.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아베 독트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