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땐 굴복때까지 응징”… ‘레이저 金’ 별명의 武人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안보 컨트롤타워 개편]
김관진 신임 국가안보실장

“국가가 부르면 나가고, 관두라면 물러나면 되지 뭘 고민하겠나.”

1일 대통령국가안보실장에 발탁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최근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전 지인들에게 이렇게 밝혔다.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 기용설을 둘러싼 세간의 억측에 개의치 않는다는 의사를 특유의 짧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밝힌 것이다. 그는 “(청와대에서) 뭘 맡으라고 얘기 들은 바도 없고, 고사한 바도 없다. 지금 내가 맡은 책무를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에 기용된 데는 이처럼 사심 없이 맡은 임무에 전념하는 무인(武人)의 자세 때문이라고 군 안팎에선 보고 있다. 김 신임 실장은 △역대 국방장관 중 네 번째 장수 장관 △1987년 민주화 이후로는 최장수 국방장관 △새 정부 출범 후 유임된 첫 국방장관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세우고, ‘안보 사령탑’으로 영전하게 됐다.

‘김관진’ 하면 가장 먼저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 떠오른다는 데 이견이 없다.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인 2010년 12월 국방장관에 취임한 그는 ‘적이 도발하면 원점과 지원·지휘세력까지 격멸하라’ ‘북이 도발하면 굴복할 때까지 응징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강렬한 눈빛과 단호한 말투로 대북 응징의지를 강조하는 그에게는 ‘호상(虎相)의 지휘관’ ‘레이저 김’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그는 역대 국방 수장 가운데 국민 인지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공식·비공식 행사차 외부에 나가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시민이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대중식당을 가면 김 장관에게 손님들의 사진촬영 요청이 쇄도하곤 했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도 결기 어린 표정의 이른바 ‘김관진 카리스마’가 인기를 끌었다.

김 신임 실장이 부정부패나 비리 같은 개인적 흠결이 없다는 점도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국방부 장관 청문회 당시 여야 의원들로부터 ‘금전적으로도, 처세 차원에서도 문제가 없고 묵묵히 군인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라는 공통된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자 곧바로 유임된 것도 그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인정받은 결과이다.

군 일각에선 김 신임 실장이 대북 억지력 제고에는 기여했지만 ‘작지만 강한 군대’를 건설하기 위한 국방개혁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령권(軍令權·작전과 정보 등)과 군정권(軍政權·인사와 군수 등)의 통합을 뼈대로 한 상부지휘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의 경질을 계기로 군내 인사 잡음이 나왔다. 북한 무인기 사태와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의혹 사건 등에 대한 미흡한 대처도 오점으로 꼽힌다.

△전북 전주(65) △서울고 △육사 28기 △35사단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2군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3군사령관 △합참의장 △국방부 장관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안보 컨트롤타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