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관료 177명을 로비스트로 거느린 10대 로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일 03시 00분


국내 10대 로펌(법무법인)에 근무하는 전직 경제 관료들이 177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정부 부처 중에서도 힘센 곳에서 일했던 고위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다. 경제 관료 외에 청와대 외교부 안전행정부 출신도 있다. 권력 부처의 고위 관료들이 퇴직하면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등 대형 로펌들은 차에다 비서까지 제공하며 서로 모셔가려 한다.

이들은 세무나 금융 관련 소송을 직접 맡기도 하지만 후배 공무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 로비하는 일이 많은 편이다. 현직 공무원들은 장관, 차관, 1급 고위 공무원까지 지낸 전직 관료들의 부탁 전화를 무시하기 어렵다.

로펌들은 금융과 조세, 공정거래 분야처럼 많은 돈이 오가는 사건에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다. 해당 부처의 업무를 꿰뚫고 있어 정보 수집이 수월한 전직 관료들이 소송 전 단계에서 정부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로펌 주변에선 “후배들에게 얼마나 전화를 많이 했느냐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는 뒷얘기도 나오고 있다. 전현직 고위 공무원 사이에 암묵적인 카르텔이 형성되는 이유는 현직 공무원들도 나중에 같은 입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펌에 근무하던 퇴직 관료들이 다시 정부 부처의 장관 차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처에서 로펌으로, 또다시 부처로 복귀하는 ‘회전문 인사’다. 관료 사회에서는 개각 때만 되면 “꺼진 불도 이젠 3, 4번은 봐야 한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나온다. 로펌에서 일하다가 부처로 되돌아간 장차관들이 얼마나 중립적으로 일할지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배경에는 관료 사회와 민간업계의 끈끈한 유착 관계가 있다. 2011년 공직자윤리법 시행으로 관료들의 로펌행(行)에 제동이 걸렸지만 편법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퇴임 관료가 현직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로비스트가 되어 거액의 봉급을 챙기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로펌에 몸담아 많은 돈벌이를 한 퇴직 관료를 다시 장관이나 차관에 불러들이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로펌#전직 관료#회전문 인사#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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