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원액 그대로… 물 안 탄 맥주로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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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시장 지각변동]<2>도전장 내민 롯데맥주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한 맥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롯데주류가 내세우는 차별화 포인트는 “맥주에 물을 섞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기존 국내 맥주는 발효원액을 알코올 6∼7%로 진하게 만든 뒤 물을 타 희석시킨다. 하이 그래비티 공법이라고 한다. 반면 롯데는 발효원액 그대로 5%에 맞춰 물을 타지 않고 완성시키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쓴다.

하이 그래비티는 맛과 품질을 균일하게 맞추기 쉽고 대량생산에 유리한 반면, 오리지널 그래비티는 균일한 제품을 만들기 어렵고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맛과 향이 풍부하고 거품을 살리는 데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과 롯데 측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버드와이저 등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 대부분이 하이 그래비티 방식을 사용한다. 오리지널 그래비티 제조법은 맛과 향을 차별화하는 데 유리하다.

롯데주류가 기존의 오비, 하이트 양대 산맥을 공략하기 위해 생산 효율성을 포기하는 과감한 베팅을 한 배경에는 롯데계열 백화점, 마트, 편의점의 막강한 유통 경쟁력이 숨어 있다. 원가가 많이 들어 위험성이 크기는 하지만 자사 계열 마트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실제로 클라우드는 4월 22일 출시 후 적극적인 판매 행사를 벌여 9일 동안 롯데마트에서 13.2%, 홈플러스에서 5.5%의 높은 판매 점유율을 올렸다.

오비맥주 연구소장 출신인 박경신 ㈜더한 주류사업부 고문은 “한국 내에선 오리지널 그래비티에 관심이 없었지만 영국에선 이렇게 제조한 맥주를 소비자들이 높게 평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롯데주류는 거품과 풍미 등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의 다양화된 취향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제품 이름도 구름(Cloud)처럼 풍부한 거품을 강조해 클라우드(Kloud)로 지었다. 롯데주류는 “자체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기존 맥주가 밋밋하고 특징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풍부한 거품이 있는 맥주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맥주 전문가들에게 시음 평가를 받아보니 맥아향을 살린 풍미와 풍부한 거품이 특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목 넘김도 좋다는 평이다. 류강하 브라우마이스터는 “기존 국내 맥주는 톡 쏘는 청량감을 강조했지만 클라우드는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 양조학과 교수도 “거품 유지력이 뛰어나다”고 분석했고, 대니얼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도 “경쟁사의 맥주보다 거품 부분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별화 시도가 청량감이 높은 맥주를 주로 마셔온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바꿔놓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철 교수는 “전체적으로 맛과 풍미가 우수해 기존 국산 맥주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에게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박경준 고문은 “발효 과정에서 향을 높이고 보디감을 높인 클라우드는 청량감을 앞세운 카스와는 반대 개념의 맥주”라며 “양념이 강한 음식과 함께 마실 수 있는 가벼운 맥주를 선호하는 국내 대다수 소비자 취향에 맞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헌배 중앙대 교수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인지 맛의 안정감과 밸런스가 조금 떨어지는 부분은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평가했다.

롯데주류는 수입맥주를 대체하는 프리미엄 시장에 기대를 걸었다. 회사 측은 “수입맥주 시장이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86%나 증가할 정도로 국내 소비자의 맥주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클라우드가 타깃으로 잡은 프리미엄 맥주 시장은 매년 10%가량 성장하는 만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원액 맥주#롯데맥주#하이 그래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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