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습관 착하면 車보험료 깎아드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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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 업계, UBI프로그램 도입 추진

‘착한 운전’을 하는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깎아주는 자동차보험이 한국에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국 등에서 시행하는 ‘운전습관 맞춤 보험(UBI·Usage Based Insurance) 프로그램’의 도입이 보험업계에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제동, 급가속 등을 자주 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고, 안전운전을 하는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깎아주는 UBI 프로그램은 교통사고 예방과 착한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 경감에 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당국과 경찰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UBI 도입은 조만간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운전습관 좋으면 자동차 보험료 인하”


UBI 프로그램이란 주행거리, 블랙박스 장착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일부 깎아주는 것처럼 자동차 운전자의 운전습관 및 행태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자동차보험이다. 지금은 가입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경력, 자동차 모델 등에 따라 보험료를 매기지만 UBI는 주행속도와 급제동 및 급가속 여부, 주행시간대, 주행도로 종류 등의 정보를 반영한다.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운전자는 차에 차량운행기록장치(OBD)나 스마트폰 등을 장착해야 한다. 운전정보는 이 기기를 통해 보험사에 자동으로 전송되며 보험사는 이를 토대로 보험료를 산정한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 페달을 습관적으로 급하게 밟거나 차선을 자주 바꾸는 운전자에게는 높은 보험료를 적용한다. 규정 속도를 잘 지키고 좌·우회전을 덜하는 식으로 안전운전을 하는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깎아준다. 출퇴근용으로만 차량을 쓰는 운전자의 보험료는 장거리 운행을 자주 하는 운전자보다 낮아진다.

2010년을 전후로 미국과 영국 보험사들은 UBI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미국 2위 보험사 스테이트팜은 UBI를 선택한 모범운전자의 보험료를 최대 50%까지 깎아주고 있다. 사고 예방 효과도 크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타워스왓슨에 따르면 UBI 가입자의 교통사고 발생률은 일반 운전자보다 35%가량 낮다.

○ 한국에도 조만간 도입될 듯


최근 한국에서도 UBI 도입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에 운전습관을 분석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마이 세이프 드라이빙’을 선보였다. 보험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운전자가 이 앱을 내려 받으면 급커브, 급제동 정보를 분석해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운전자는 교통사고 유가족들에게 이 포인트를 기증할 수 있다.

지금은 운전습관을 파악하는 앱으로만 활용되고 있지만 보험료 산정에 이 정보를 활용하면 UBI 프로그램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삼성화재 측은 “현재로서는 이 앱을 보험료 산정에 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현대해상 등 대형 보험사들도 이미 내부적으로 해외 보험사의 UBI 상품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했다.

정부도 UBI 도입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안에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모범운전자에게 보험료 혜택을 주는 제도를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찰, 국토부 등과 협의를 마치고 보험사가 제대로 된 상품설계를 제안하면 긍정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UBI 프로그램 도입에 앞서 운전정보 등 개인정보에 대한 강력한 보호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UBI를 도입하면서 보험사들이 차량 운행시간이 길고, 상대적으로 급하게 운전할 일이 많은 영업용 운전자들의 보험료를 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입 전에 사생활 침해, 보험료율 인상 가능성 등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착한 운전#자동차보험#운전습관 맞춤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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