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衣-食 이어 주거공간도 ‘럭셔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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衣-食 이어 주거공간도 ‘럭셔리 바람’

동아일보입력 2014-05-23 03:00수정 2014-05-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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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홈엔터테인먼트 업체 뱅앤올룹슨의 TV와 스피커. 가운데 ‘베오비전11’ TV는 55인치 기준 2098만 원, 양옆 ‘베오랩18’ 스피커는 두 개짜리 한 세트가 996만 원이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그 제품은 지금 주문하시면 3개월 뒤에 받아보실 수 있어요.”

덴마크 고급 홈엔터테인먼트 업체인 뱅앤올룹슨은 올해 3월 국내 시장에 출시한 스피커 ‘베오랩 18’을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스피커 2개짜리 한 세트가 996만 원에 이르지만 출시 직후부터 인기 몰이를 해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장인이 직접 손으로 제작하는 제품인 데다 소재로 사용되는 참나무 역시 친환경 인증을 받은 목재만 쓰고 있어 생산 기간이 길다.

뱅앤올룹슨 한국지사 측은 “본사로부터 평소보다 15% 많은 물량을 확보했지만 약 한 달 만에 모두 소진됐다”며 “사고 싶다는 고객이 많아 선주문을 하고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명품 가전업체 밀레의 빌트인 가전으로 꾸민 주방. 좌측의 전기 및 스팀오븐은 각 700만 원대, 후드는 400만 원대, 전기레인지(인덕션)는 300만 원대. 사진 속 모습대로 꾸미려면 4000만 원 정도 든다
○ 옷과 음식에 이어 집도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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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에 따르면 럭셔리 소비 성향은 일반적으로 단가가 상대적으로 싼 의류와 음식에서 출발해 점점 목돈이 드는 주거공간으로 확대된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의(衣)→식(食)→주(住) 순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좋은 옷과 유기농 식품에 이어 최근 주거공간을 고급스럽게 꾸미려는 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소득에 관계없이 삶의 질을 중심으로 주관적인 소비를 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는 주거공간에 대한 투자 현상은 경제 규모에 비해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이 때문에 남들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경기 불황형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서울 강남과 부산 해운대 일대에 잇따라 들어선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주거공간에 대한 소비 고급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모습의 아파트에서 벗어나 내부 공간을 자신만의 차별화된 모습으로 꾸미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뱅앤올룹슨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난 1년간 누적 매출순위로 전 세계 뱅앤올룹슨 매장 가운데 3위에 올랐다. 부산지역의 매출도 빠르게 늘어 해운대구 우동 매장의 판매량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매장의 96% 수준에 이르고 있다.

독일 명품 가전업체인 밀레는 서울 한남동 ‘더 힐’과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등 최신 주상복합 아파트에 빌트인 형태로 제품을 납품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한남 더 힐’은 작은 평수에는 전자레인지가, 대형 평수에는 드럼세탁기부터 전기오븐, 와인냉장고까지 빌트인으로 들어간다. 모두 다른 일반 브랜드 제품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비싼 제품들이다. 밀레 관계자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 독일 본사에서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예약 판매를 시작한 105인치 초대형 커브드 UHD TV. 출고가 1억2000만 원.
○ 1억 원짜리 TV 등장

700만∼800만 원대인 프리미엄 가전제품도 물량이 부족해 못 파는 상황이다. 밀레는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800만 원대 냉장·냉동고가 완판돼 독일 본사에 추가 주문을 했다. 밀레 측은 “전시장에 있던 전시품까지 팔려 새로 주문한 물량이 도착하는 다음 달까지 국내에 재고가 전혀 없다”며 “대리점에 전시할 제품만 급히 비행기 편으로 받았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700만 원대의 ‘셰프 컬렉션’ 냉장고를 내놓으면서 ‘슈퍼 프리미엄’이라는 제품군을 새로 만들어냈다. 기존 프리미엄 제품군에 비해 한 단계 차원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첫 달부터 월평균 1000대 수준으로 팔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내놓은 세계 최대 크기 105인치 커브드 초고화질(UHD) TV는 1억2000만 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초대형 TV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105인치 커브드 UHD TV 예약 판매 일정을 앞당겼다”며 “1290만 원짜리 78인치 제품은 예약 판매를 시작하기 전부터 선주문이 들어오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 백화점은 ‘VIP 마케팅’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체들은 세월호 참사의 충격으로 침체된 소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VIP’를 위한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신세계백화점은 한 해 12회 이상 백화점을 방문하고 연간 구매액이 800만 원을 넘는 고객을 중심으로 교양 강좌를 연다. 프랑스 건축물과 예술 작품, 터키 등 해외 여행지에 대한 소개부터 영어와 일본어 등 회화 강좌, 전남 담양의 떡갈비나 대구의 매운 갈비찜 등 지역 대표 음식에 대한 요리 강좌까지 다양하게 마련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수강 고객들 중에 백화점을 방문하는 횟수가 월평균 약 8회, 연간 사용액이 2000만 원 이상인 VIP 고객의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고가(高價)의 시계 매장을 확대 편성한 곳도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지하 1층에만 있던 시계 편집매장을 지상 1층에 하나 더 냈다. 이곳엔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벨&로스, 파네라이 등 6개의 브랜드가 입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주거공간#럭셔리#뱅앤올룹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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