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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全금융권 비리… 돈을 믿고 맡길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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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全금융권 비리… 돈을 믿고 맡길 곳 없다

동아일보입력 2014-04-15 03:00수정 2014-04-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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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보험-카드-캐피털까지… 사기대출-횡령-정보유출 끊임없어
윤리 무너져 유례없는 신뢰의 위기… 금감원장 15일 全은행장 긴급소집
대한민국 금융계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외 변수에 따른 위기였다면 최근 금융권의 위기는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안으로부터의 위기’여서 더 심각하다.

최근 금융권의 사고와 비리는 시중은행부터 증권, 보험, 카드, 캐피털 등 업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1억 건이 넘는 개인 신용정보 유출로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기더니 KT ENS 협력업체의 대출 사기사건, 시중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파문에 이어 개인의 막도장을 이용해 허위 서류를 발급하고 채권서류를 조작하는 식의 질 낮은 금융범죄까지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유례없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국내 금융계의 일탈이 개인비리를 넘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시중은행장을 모두 불러 모아 특별 ‘정신교육’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금융당국의 강경책과 엄포로 수습할 수 있는 선을 이미 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지난해 12월 불법 대출업자에게서 압수한 휴대용저장장치(USB 메모리)를 분석해 IBK캐피탈과 씨티캐피탈에서 3만4000명의 개인정보가 추가 유출된 사실을 밝혀냈다. USB에 담겨 있던 300만 건의 개인정보 중 확인되지 않은 일부 개인정보의 출처가 파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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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씨티캐피탈에서 유출된 정보는 내부 직원의 공모로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두 금융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통해 이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털 고객들은 급한 돈을 쓰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라 이들에 대한 정보는 대출 중개업자들 사이에서 돈이 되는 ‘고급정보’로 꼽힌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메리츠화재 직원이 고객 16만 명의 계약정보를 e메일과 USB에 담아 보험대리점에 대가를 받고 제공했다가 해고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선 영업점 직원들이 저지르는 ‘사기꾼 수준’의 저급한 범죄들도 금융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이번엔 캐피털 직원이 고객정보 유출 ▼
“대출 중개업자에 고급정보로 통해”… IBK-씨티 3만4000여명 흘러나가
개인 일탈 넘어 금융시스템 위기


KB국민은행에서는 서울 모 지점 팀장이 부동산개발업자에게 9700억 원 규모의 허위확인서를 실제 있지도 않은 양식으로 만들어 내줬다가 적발됐다. ‘금융윤리’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마저 부정하는 수준 낮은 범죄에 돈을 맡긴 고객들은 허탈한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지난해 금융당국이 ‘증권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이 됐지만 비리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CJ E&M은 내부정보를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의 연구원들에게 몰래 알려줬다가 3월 검찰에 고발됐다.

금융계의 각종 부정행위는 2011년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에서 알 수 있듯이 선진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이슈가 돼 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금융권의 비리는 발생 빈도와 죄질이 훨씬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국내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문제 등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조조정에 대한 위협과 실적 압박에 내몰린 금융회사 직원들이 금융윤리를 망각하고 극단적 한탕주의에 빠져들 개연성이 크다는 뜻이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권의 구조조정 압력이 강해지면 미래가 불안해진 직원들이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며 “회사 측이 내부통제를 강화하더라도 누군가가 ‘한 번 해 먹겠다’고 마음먹으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조직문화가 근본적으로 비리나 부정행위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여러 부실 금융사가 한데 모인 ‘합병 은행’이 많아지다 보니 조직내부의 화학적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파벌 싸움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와 관치(官治)금융, 노조와 경영진 간의 오랜 갈등으로 조직구성원들의 열패감이 누적되고 비리에 둔감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금융사 직원만 유난히 비윤리적이어서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구조적 요인들이 도덕불감증의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비리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범죄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유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범죄라는 건 특정 시점에 갑자기 급증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며 “최근의 화이트칼라 범죄도 금융권 전반의 감사, 감찰 강도가 높아지며 한꺼번에 드러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유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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