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4주기]초등생 63% “천안함이 뭔지 잘 몰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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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했는데…

4년 전 일어난 ‘천안한 폭침’은 국내외를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우리 청소년들은 그 실체를 정확히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함 사건을 아는 초중고교생 10명 중 7명은 북한의 도발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정부 발표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천안함 문제를 다룬 초중고교 역사교과서도 드물고 주로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이 사건을 접하는 청소년들이 ‘음모론’ 등의 왜곡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초중고생 12.9%만 “정확히 알고있다”


본보 취재팀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19, 20일 이틀 동안 서울 한천초등학교 6학년(노원구 월계동), 대방중 3학년(동작구 신대방동), 고려대 사범대부속고 3학년(성북구 정릉동) 각 2학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초등학생 46명, 중학생 68명, 고등학생 72명 등 186명이 참여했다. 이들 가운데 천안함 사건을 알고 있는 학생은 90.9%(169명). 하지만 사건과 원인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응답은 12.9%(24명)에 그쳤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들어는 봤지만 무슨 사건인지 잘 모르거나 아예 처음 듣는다고 답한 학생이 63.0%(29명)로 절반을 넘었다.

천안함 사건을 안다고 한 청소년(169명) 가운데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완전히 믿는다는 응답은 29.6%(50명)였다. 2년 전 본보 설문에서 초중고교생 379명 가운데 19.3%(73명)만이 정부의 발표를 완전히 믿는다고 답변한 것보다는 10%포인트가량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10명 중 7명(69.8%·무응답 1명 제외)가량의 청소년이 정부 발표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정부 발표를 의심하는 청소년 118명에게 주관식으로 이유를 묻자 응답한 105명 가운데 36명(34.3%)이 정부를 불신해 발표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천안함 사건을 접한 경로는 뉴스나 신문 등 언론보도가 78.1%(132명)였고 인터넷은 11.8%(20명)였다.

○ 학교에서 배울 기회 거의 없어


현재 초중고교 학생들이 역사 교과서에서 천안함 사건을 배우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취재팀이 중고교 역사 검정교과서 17종을 확인한 결과 천안함 사건이 수록된 교과서는 3종(고등학교용)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교과서는 교학사,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좋은책신사고, 지학사, 천재교과서, 천재교육(가나다순)에서 출판한 중학교 역사2 검정교과서 9종(2012년 8월 검정 통과)과 교학사,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리베르스쿨,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에서 출판한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8종(지난해 8월 검정 통과)이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들이 배울 사회 5-2 국정 교과서(현대사 수록)에도 천안함 사건은 수록돼 있지 않지만 이는 2007년 교육과정으로 2011년 초판이 발행됐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그나마 천안함 사건이 수록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도 한두 구절로 간단했다. “2010년 북한이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일으켜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지학사)는 식이다. 두산동아와 지학사는 ‘천안함 폭침사건’이 아닌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교과서 집필진은 분량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두산동아 역사2 교과서(중학교 과정) 대표집필자인 이문기 경북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천안함 사건을 넣을지를 두고 논의가 있었지만 분량 제한으로 제외했다”며 “중학교 과정은 전근대사에 중점을 둬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 한국사가 대단원 6개 중 1개를 현대사에 할당하는 반면 중학교 역사1, 2는 총 15개 대단원 중 1개만 현대사를 다룬다. 다른 역사2 교과서 집필자는 “(천안함 사건은) 당시 논란이 뜨거웠기도 하고 너무 최근의 일을 포함하는 건 역사교과서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념 정쟁과 음모론 여전

문화계와 인터넷상에서는 천안함이 여전히 이념 정쟁과 음모론 양산의 소재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피격된 게 아니라 좌초된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는 지난해 11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시국미사에서 “천안함 폭침은 정부가 북한이 했다고 만든 거다. 북한을 적으로 만들어야 종북 문제로 백성을 칠 수 있으니까”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런 일부 극단적인 주장을 근거로 인터넷에서는 “천안함은 이스라엘 잠수함과 부딪쳐 침몰했다” “고(故) 한주호 준위는 이스라엘 군인을 구출하다 순직해 미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는 식의 황당무계한 음모론까지 나돈다.

정부 발표를 비아냥거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애플 앱스토어의 ‘조선 사진기―북한산만 찍어주는 카메라’ 앱은 “어떤 사진의 어떤 물건이든 북한산으로 만들어 드립니다”라며 “바닷물로 아무리 세척해도 지워지지 않는 ‘맑은어뢰체’와 북한산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사과어뢰체’로 사진에 ‘1번’ 글씨를 박아준다”고 소개한다.

주애진 jaj@donga.com·조동주·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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