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옆에 줄달린 손잡이 당기면 점화… 수초뒤 폭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백정기 의사 도시락폭탄 사진 첫 공개

백정기 의사(위쪽 사진)가 의거 현장에서 소지했던 도시락 폭탄과 권총. 앞쪽에 손으로 만든 듯한 줄과 손잡이가 점화장치로 보인다. 당시 일제 사건기록에는 도시락 폭탄이 가로세로 16.21X10.45㎝, 높이 5㎝라고 실측 기록을 남겼다. 김광만 PD 제공
백정기 의사(위쪽 사진)가 의거 현장에서 소지했던 도시락 폭탄과 권총. 앞쪽에 손으로 만든 듯한 줄과 손잡이가 점화장치로 보인다. 당시 일제 사건기록에는 도시락 폭탄이 가로세로 16.21X10.45㎝, 높이 5㎝라고 실측 기록을 남겼다. 김광만 PD 제공
백정기義士 도시락폭탄 사진 첫 공개… 윤봉길의사 투척 폭탄과 동일 백정기 의사의 도시락 폭탄(오른쪽)과 방망이 폭탄. 도시락 내부와 연결된 손잡이(점선 안)를 당겨 점화시킨 뒤 폭발하도록 제조됐다. 김광만 PD 제공
백정기義士 도시락폭탄 사진 첫 공개… 윤봉길의사 투척 폭탄과 동일 백정기 의사의 도시락 폭탄(오른쪽)과 방망이 폭탄. 도시락 내부와 연결된 손잡이(점선 안)를 당겨 점화시킨 뒤 폭발하도록 제조됐다. 김광만 PD 제공
윤봉길, 이봉창과 함께 ‘3의사’로 꼽히는 독립지사 구파 백정기(鷗波 白貞基·1896∼1934)가 육삼정 의거 때 지녔던 ‘도시락 폭탄’의 일제 외무성 원본 사진이 처음으로 발굴됐다. 이는 윤 의사가 훙커우 공원(현 루쉰 공원)에 투척한 폭탄과 동일한 것으로,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큰 상징성을 갖는 도시락 폭탄의 온전한 실체가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육삼정 의거는 81년 전 오늘(1933년 3월 17일) 중국 상하이 음식점 육삼정에서 주중 일본공사 아리요시 아키라(有吉明)를 처치하려다 일제 헌병에 체포된 미완의 거사. 당시 일제가 백 의사 일행의 소지품을 찍은 사진을 근대사 다큐멘터리 제작사 ‘더채널’의 김광만 PD(59)가 최근 일본에서 입수했다.

도시락 폭탄은 1932년 백범 김구가 의뢰해 만들어진 7개 중 하나. 그해 4월 29일 윤 의사 거사 뒤, 백범이 남화한인청년연맹에 나머지를 보내 백 의사가 쓰려 했다. 하지만 밀정 탓에 투척도 못하고 체포됐다. 그 바람에 지금껏 형태를 알 수 없던 도시락 폭탄의 실물을 사진으로 확인하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벌어진 것.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발견으로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큰 궁금증 하나가 풀렸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사진에는 폭탄의 점화장치가 뚜렷이 드러나 그간 추측만 가능했던 ‘작동 원리’도 최초로 확인됐다. 도시락 바깥으로 연결된 줄에 짧은 막대기 형태의 손잡이가 묶여 있다. 백범일지와 일본 외무성 사건기록에 따르면 윤 의사가 투척한 폭탄은 끈을 잡아당겨 점화시킨 뒤 던지면 폭발하게끔 만들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김 PD는 “사료에서 묘사돼 의견이 분분했던 도시락 폭탄의 사용법을 사진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PD는 육삼정 의거를 처음 보도한 당시 중국 신문 사료도 찾아냈다. 동아일보가 그해 11월 11일 국내에 보도하기 전, 일간지 신바오(新報)와 영자신문 ‘노스차이나 데일리뉴스(North China Daily News)’가 의거를 대서특필한 것. 특히 신바오는 의거 다음 날 “경찰이 총을 겨눴는데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았다. 목격한 종업원은 그들이 끌려가면서도 줄곧 태연하고 당당해 지금도 이상히 여겼다. 한 사람은 경찰이 손찌검을 해도 웃으며 주눅 들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육삼정 의거는 일본 외무성 문서만 남아 있는 상태라 제3자의 입장이 담긴 해외 사료의 발굴은 의의가 크다.

이번에 함께 입수한 백 의사와 이강훈 전 광복회장(1903∼2003), 독립운동가 원심창(1906∼1973)을 찍은 원본 사진을 보면 당당한 표정과 자세가 여실히 드러나 중국 측 보도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앞서 발굴된 일본 외무성 사료를 보면 이 전 광복회장이 일제 재판관에게 “불공대천의 원수에게 무엇을 호소하겠나. 재판하느라 수고했다”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한편 15일에는 서울 종로구 우당기념관에서 육삼정 의거 81주년을 맞아 ‘백정기의사기념사업회’와 ‘원심창의사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가 주최한 기념식이 개최됐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도시락 폭탄#백정기 의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