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논문조작’ 7년 만에 유죄 확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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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서울대 파면도 정당” 복직 무산… 黃 前교수 “연구승인 물 건너간 듯”

“모든 것이 제 허물이라는 생각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생명윤리법(위반 부분)만 무죄가 된다면 겸허한 마음으로 연구 승인을 요청하려 했는데 그마저 기회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27일 ‘유죄 확정’과 ‘파면처분 정당’이라는 2건의 대법원 선고 결과를 전해들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61·사진)는 다소 실망하는 목소리였다. 수많은 전화가 걸려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는 그는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과 관련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황 전 교수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황 전 교수는 산부인과병원에 인공수정 시술을 받으러 온 불임 여성들에게 시술비와 과배란 주사비 3791만 원을 감면해주는 조건으로 남은 난자를 받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이용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재산상의 이익을 조건으로 난자를 이용하는 행위로 생명윤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황 전 교수는 “영국에는 시험관 아기 시술 뒤 남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사용하면 반드시 실비를 지급하는 규정이 있다”며 “연구가 거의 끝난 뒤에 난자 제공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병원에 감사의 뜻으로 호르몬제 일부를 지원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아예 금지할 게 아니라면 이런 분위기에선 누구라도 연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황 전 교수가 실험용 소 구입 명목 등으로 신산업전략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연구비 중 일부를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도 유죄로 봤다. 그러나 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을 숨기고 농협과 SK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는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황 전 교수는 “실체도 없는 줄기세포로 기망해서 연구비를 가로챘다는 혐의는 무죄로 확정돼서 다행이다. 횡령죄는 회계를 정확하게 못한 부끄러움은 있지만 사적인 이익을 취한 게 아니라는 점을 법원이 인정했기 때문에 두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이날 다른 재판부는 서울대가 황 전 교수를 파면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황 전 교수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황 전 교수가 동물복제 연구 등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사정이 있어도 파면 처분이 부당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1심 ‘파면 정당’, 2심 ‘파면 취소’에서 다시 ‘파면 정당’으로 뒤집힌 것. 황 전 교수는 “처음부터 ‘학문적 극형을 내려도 달게 받겠다’고 했지만 서울대가 진상조사 원본 보고서를 위조해 축소본만으로 파면 처분을 내린 문제는 파기환송심에서 꼭 읍소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로 황 전 교수의 복직은 어려워졌다. 국가공무원법 33조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임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황 전 교수는 2006년 4월 줄기세포 관련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서울대에서 파면처분을 받았고 그해 11월 파면 처분 취소 소송을 낸 지 7년 4개월 만에 유죄가 확정됐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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