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리듬 조절 단백질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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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백성희-남혜진 박사팀, 수면장애 치료제개발 길 열려

모든 생명체는 밤낮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몸속에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 사람이 자고 깨는 행동도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일주기 생체리듬’ 때문인데, 이 리듬이 깨지면 수면장애나 무기력증, 조울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생체리듬이 작동하는 새로운 경로를 발견해 주목 받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백성희 교수와 남혜진 박사가 주도한 국내 공동 연구진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찾았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하루 동안 생쥐의 생체리듬을 조사했더니 뇌와 간에 있는 ‘LSD1’ 단백질이 인산과 결합하는 인산화 정도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은 전립샘암이나 유방암을 촉진한다고 알려졌는데 생체리듬과의 관련성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SD1은 낮에 주로 인산화된 상태로 존재하는데, 다른 인자와 결합하면 일주기 리듬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것. 실제로 생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LSD1이 인산화되지 않도록 했더니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줄었으며, 야행성인 보통 생쥐와 달리 낮에도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이 시차 적응에도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통 생쥐는 초저녁에 빛을 받으면 다음 날 늦게 일어나고, 새벽녘에 빛을 받으면 다음 날 일찍 일어나는 방식으로 생체리듬을 재조정하는데, LSD1이 인산화되지 않는 생쥐는 이런 재조정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시차에 잘 적응하려면 빛의 변화에 맞춰 생체시계의 재조정이 빠르게 일어나야 하는데, 유전자 조작된 생쥐는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백성희 교수는 “하루의 생체리듬과 시차 적응에 LSD1의 인산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만큼, 이를 이용하면 새로운 수면장애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셀’ 자매지 ‘몰레큘러 셀’ 27일자 온라인판에 공개됐으며 3월 6일자 표지 논문으로 실릴 예정이다. 연구진은 LSD1의 인산화를 조절해 수면장애나 시차 부적응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찾는 방법을 개발해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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