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드라마, 학원-판타지물 거쳐 요즘엔 추리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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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 비밀결사대’는 어린이 드라마지만 빠른 전개와 탄탄한 추리 장치 덕분에 학부모들도 좋아한다. 어린이 탐정 홍태의 윤찬영 김지민(왼쪽부터)이 지하 아지트에 모여 수집한 증거를 놓고 컨테이너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하고 있다. EBS 제공
‘플루토 비밀결사대’는 어린이 드라마지만 빠른 전개와 탄탄한 추리 장치 덕분에 학부모들도 좋아한다. 어린이 탐정 홍태의 윤찬영 김지민(왼쪽부터)이 지하 아지트에 모여 수집한 증거를 놓고 컨테이너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하고 있다. EBS 제공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밤. 한 남자가 어두컴컴한 야산에서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있다. 그가 땅에 묻은 것은 포대 자루에 담긴 시신. 인근 공사장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살해당한 피해자다. 성인 범죄 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만 EBS 어린이 드라마 ‘플루토 비밀결사대’의 첫 회 오프닝 장면이다.

요즘 어린이 드라마는 추리물이 대세다. 지난해의 경우 동화와 추리를 결합한 KBS ‘코파반장의 동화수사대’와 초능력 문구를 가지고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투니버스의 ‘벼락 맞은 문방구’ 같은 추리물이 인기를 모았다.

7일부터는 EBS의 어린이 탐정 수사물 ‘플루토…’가 추리물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70만 부가 팔린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추리소설 마니아, 사이코 메트리(물건에 얽힌 과거를 읽어내는 초능력) 소유자, 관찰력과 기억력이 뛰어난 초등학생 등이 모여 어른도 엄두를 못 내는 범죄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표현 수위만 다를 뿐 사건의 소재는 성인 범죄물과 비슷하다. 아이들은 사이버 범죄와 아동 성범죄도 맡는다. 추리 장르 특유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유지한 덕에 평균 1.5%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호 PD는 “요즘 어린이들은 눈높이가 높아져 예전처럼 비현실적이거나 유치한 소재는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소재를 택하다 보니 추리물이 됐다”며 “어른이 보고 싶은 어린이 모습이 아니라 요즘 어린이가 공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KBS도 올 하반기 애니메이션 ‘마법 천자문’을 추리물로 각색한 어린이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코파 반장의 동화수사대’의 기훈석 PD가 연출을 맡았다. 기 PD는 “시청하는 어린이들도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자연스럽게 추리력 논리력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드라마의 트렌드는 시대 흐름에 따라 꾸준히 변해왔다.

1980년대는 MBC ‘호랑이 선생님’(1981∼1987년)과 ‘꾸러기’(1986∼1988년), KBS ‘5학년 3반 청개구리들’(1990년) 같은 계몽적인 학교 드라마가 인기 있었다. 학교 드라마의 시초인 ‘호랑이 선생님’은 일선 교사로 자문단을 꾸려 드라마를 제작했다. 방학숙제 탐구생활을 바탕으로 도시 어린이가 시골에 가서 탐구 활동을 벌이거나, 교사가 연예인에게 깊이 빠진 학생을 설득하는 식의 교훈적인 내용을 주로 다뤘다. 어린이 드라마임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당시 최고 스타였던 가수 조용필과 조영남, 야구선수 최동원, 개그맨 서세원 등이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1990년대는 일본의 플래시맨, 울트라맨, 바이오맨 같은 전대물(전투부대물)의 시기였고, 어린이 드라마도 특수효과를 강조한 장르가 유행했다. 지구를 침략해오는 거대 괴수와 싸우는 KBS ‘지구 용사 벡터맨’(1998∼1999년)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어린이 드라마도 마법이나 판타지를 다룬 장르가 인기를 끌었다. KBS ‘매직키드 마수리’(2002∼2004년)는 마법세계에서 온 마법사 가족이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며 겪는 에피소드를 다뤄 15%가 넘는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인기는 후속작인 ‘마법전사 미르가온’(2005년)으로 이어졌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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