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은미]성과주의 성공하려면 성과 부진한 직원도 보듬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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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미 연세대 경영대 교수
장은미 연세대 경영대 교수
찬반양론에도 불구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하는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공기업에까지 성과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성과주의는 잘 운영된다면 조직 활성화, 건전한 경쟁 촉진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성과만 강조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성과가 낮은 직원의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기업은 ‘고(高)성과’ 직원을 선정해 상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저(低)성과’ 직원을 분리해 징벌적인 관리를 한다. 그들을 모아 별도의 팀을 만들거나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고 일정한 성과를 내면 해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관리하면 해당 직원은 수치심과 회사에 대한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않았다면 조직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수도 있다. 결국에는 이들 직원의 퇴직, 노사관계 악화, 기업 평판 하락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따라서 우량기업으로 생존하려면 고성과 직원 관리에 못지않게 저성과 직원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미국의 품질경영 대가인 에드워드 데밍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불량품 생산의 원인 중 85%는 시스템이나 조직문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패했을 때 개인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포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fear)’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낮은 성과의 원인을 개인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시스템이나 조직문화를 개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서 살벌한 저성과 직원 관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고성과 기업으로 분류되는 SAS인스티튜트는 “회사 측에서는 감독과 통제보다 조언과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일단 신뢰하고 존중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팀워크를 중시하고 직원을 존중하기 때문에 성과가 낮은 직원에 대한 개별 징벌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 대신 업무에 필요한 정보나 자원, 교육 등이 적절하게 제공되었는지, 상사의 리더십은 효과적이었는지, 그리고 직원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업무에 배치됐는지 등을 재점검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 기업 현장에서는 상사의 리더십 부재나 관리 미숙으로 부하 직원의 성과가 저조해지는 사례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 원인을 직원 개인에게서만 요란하게 찾으려 한다. 그보다는 환경적 요소, 상사의 역할, 조직문화를 조용히 점검해야 한다.

물론 잘한 직원은 요란하게 관리하는 게 좋다. 그러면 동료들이 나도 저렇게 되어야겠다는 동기와 자신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부진한 직원은 조용하게 관리해야 한다. 장점이 많은 성과주의를 잘 살리려면 고성과 직원보다 저성과 직원 관리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장은미 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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