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간방송 자율성 멋대로 훼손하는 오만한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민영방송의 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방위는 그제 ‘종합편성 또는 보도 전문편성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측과 종사자 측 동수(同數)로 편성위원회를 구성 및 운영한다’는 내용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렸다. 말만 자율성 보장이지 민간방송의 자율성을 규제하는 독소조항이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당초 KBS MBC EBS 등 지상파 방송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됐다. KBS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도 같은 취지다. 그런데 돌연 민주당이 종합편성채널 등 민간방송에도 노사(勞使) 동수 편성위원회를 두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자체 편성위원회와 방송편성 규약을 두고 있는 민간 방송에 대해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법제화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다. 노조가 편성권을 쥐게 될 경우 공정성을 빌미로 오히려 노조 편향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2012년 MBC 장기 파업에서 보듯 지상파 방송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공영(公營) 아닌 노영(勞營) 방송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최근 KBS에서 일부 프로그램이 불방된 것도 노조의 반대 때문이라고 한다.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적 문제로 노조가 민노총 등과 연대해 파업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영방송도 아니고 민간방송에까지 편성위원회 구성을 강제하는 것은 세계 방송 역사에서도 드문 언론자유 침해다.

미방위원장인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민간 방송사의 편성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헌법재판소로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6년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난 신문법을 통과시킬 때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들러리를 섰다. 과거 잘못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또 한번 위헌적 법률을 만든 다음 위헌 판단을 헌재에 떠넘기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국회 미방위는 지난해 9월 정기국회 이후 단 한 건도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불임 상임위’이다. 미방위에는 휴대전화 보조금 관련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등 민생 법안이 200여 건 계류 중이다. 6개월 만에 모처럼 만들겠다는 법안이 방송의 편성권을 훼손하는 법안이라니 세비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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