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키리졸브 견제… 대화국면 주도권 노린 저강도 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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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온 양면전술]
연이은 미사일 발사, 왜?

“남북대화 개선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저강도 도발’의 일환이다.” 북한이 26일 단거리 발사체 4발을 발사한 의도에 대한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4일 심야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 침범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한쪽으로 대화하는 동시에 다른 쪽에서 군사적 위협을 통해 협상의 몸값을 높이려는 북한의 양면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나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중·장거리가 아닌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점에 주목했다.

북한은 대화 국면에서도 상습적으로 군사도발을 해왔다. 한 당국자는 “사거리가 비교적 길지 않은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해 직접적인 대남 도발보다는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 기간에 대응하는 북한군의 통상적 군사훈련으로 보이려 한 의도가 읽힌다”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대화 국면에서 자신들 뜻대로 안 되면 한국과 미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군사적 활동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재차 위협하면서 남북대화에서 주장을 관철하려는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서해 등에서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일본과 다음 달 3일부터 적십자 실무회담을 갖기로 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만성적인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이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을 벗어나기 위해 대화 채널을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내달 회담은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집권한 이후 처음 공개적으로 열리는 북-일 회담이다. 양국은 2012년 8월 초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십자회담을 했다. 이는 8월 말 정부 간 회담으로 이어졌다. 양측은 12월에 다시 국장급회담을 열기로 약속했지만 북한이 장거리 로켓(은하 3호)을 발사하면서 회담은 취소됐다.

북-일 접촉 재개는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일본이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제강점기 배상 문제를 일단락한 한국과 달리 북한은 일본에 여전히 청구권이 남아 있다. 일본의 대북 배상금 규모는 100억 달러(약 10조68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역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내 여론 때문에 북한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는 2002년, 2004년 두 차례 방북해 평양선언을 채택하고 납북자 유골 송환과 생존자 일부 귀국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내달 적십자회담이 열리면 주요 의제는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정지작업,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본부 건물 경매 문제와 일본의 대북 제재 부분 해제 등 다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국 정부는 다음 달 초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북한에 제의해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협의할 방침이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정성택 기자
#북한 미사일 발사#키리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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