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근 작가 “비주류들의 험한길 ‘컬링 빗자루’로 쓱싹쓱싹 닦아주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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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다시 인기끄는 웹툰 ‘반짝반짝 컬링부’ 곽인근 작가

24일 만난 곽인근 작가. 2009년 그린 그의 데뷔작 웹툰 ‘반짝반짝 컬링부’를 보여주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4일 만난 곽인근 작가. 2009년 그린 그의 데뷔작 웹툰 ‘반짝반짝 컬링부’를 보여주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낯선 종목이 있다. 바로 ‘컬링’이다.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미국을 11-2로 완파하자 컬링에 대한 궁금증도 더 커졌다.

이 덕분에 덩달아 인기가 높아진 한 남자가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 웹툰 ‘반짝반짝 컬링부’를 연재한 곽인근 작가(34)다. 26회 분량의 이 작품은 2009년 이미 연재가 끝났는데, 이번 올림픽 때 다시 인기를 끈 것이다. 올림픽 기간 조회 건수가 그 전까지 누적조회 건수의 66배였다. 경기가 열린 다음 날에는 댓글만 300여 개가 달렸다. 24일 경기 부천시의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반짝반짝 컬링부는 곽 작가의 데뷔작이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교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컬링부를 만드는 기간제 교사의 이야기다.

“2009년 작품을 구상할 때는 밴쿠버 올림픽을 몇 달 앞둔 시점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컬링에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아내와 베란다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구석에 놓여 있는 빗자루를 봤어요. 빗자루로 쓱싹쓱싹하는 시늉을 하다 보니 컬링이 떠올랐죠.”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서점에는 컬링 교본이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을 뒤져 한 권을 겨우 구했다. 한국이 컬링 불모지다 보니, 경기 중계도 보기 어려웠다. 모든 것을 독학할 수밖에 없었다.

곽 작가의 만화에는 컬링처럼 소위 ‘비주류’로 사회에서 여기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현재 포털 사이트에 연재 중인 ‘아빠는 변태중’은 명예퇴직한 아버지가 가족에게 실직 사실을 숨기고 누드 크로키 모델로 나선 후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명예퇴직당한 남성들 중에 울퉁불퉁한 몸으로 모델에 나섰다는 어떤 이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영감을 얻었다.

“직장에서 무시당하고, 돈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한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을 그리고 싶었지요. 메시지를 강요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독자들이 ‘무언가’를 느꼈다면 기쁘죠.”

소재가 현실 밀착형이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곽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놓고 무성한 말들도 오갔다. 이를테면 ‘당신과 당신의 도서관’은 임용고시 준비생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시험 특성이나 그들의 생활이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이 때문에 누리꾼 사이에 “곽 작가는 임용고시에 실패한 후 만화가로 전직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곽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스포츠물을 구상하고 있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에 대한 논란이 계기가 됐을까.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스포츠 천재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단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남영희 인턴기자 서강대 영미어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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