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은밀한 복지’까지 들춰내 방만경영 손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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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혁 이행계획 본격 착수… LH-강원랜드 가족특채 관행 폐지
도로公-마사회 자녀캠프 지원 없애… 5개 공공기관 부채감축안 보완 요구

강원랜드는 정년퇴직하는 직원이 희망하면 이 직원의 가족을 우선 채용한다. 도로공사는 예산으로 직원들의 초등학교 5, 6학년 자녀 영어캠프비를, 한국마사회는 직원 초중생 자녀의 겨울 스키캠프 비용을 지원한다. 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직원 가족의 의료비가 500만 원 이상 나오면 이 중 300만 원을 대신 내준다.

정부가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이런 공기업들의 과잉 복지 제도들을 대거 폐지하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퇴직금, 학자금, 경조사비 등 정부가 집중 감시했던 공기업들의 8대 항목은 물론이고 숨겨져 있던 복리후생 제도들까지 모두 들춰내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5개 공공기관이 제출한 부채감축 계획에 대해 정부가 ‘미흡’ 판정을 내리고 일부 사업 철수나 기관 통폐합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정부는 27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점관리대상 기관의 부채감축 계획과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채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됐거나 1인당 복리후생비가 높은 38개 공공기관에 과도한 복리후생 제도를 개선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은 직원 자녀들의 특목고 학자금과 입학금을 전액 지원하던 제도를 공무원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 직원들이 결혼한 뒤 5년마다 결혼기념일에 10만 원씩 지급하던 코스콤도 이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다. 강원랜드, LH, 한국가스기술공사 등에 남아 있던 직원가족 특별채용 조항 등 고용세습 관행도 사라진다.

한국마사회는 연간 최대 120만 원까지 지급하던 지방근무 직원들의 가족방문 교통비 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부팀장급 이상 간부 직원들이 해외 출장을 갈 때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하도록 했던 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번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에 따라 38개 중점관리 공공기관의 전체 복리후생비 규모가 지난해 4940억 원에서 올해 3397억 원으로 31.3%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선 대상으로 지목된 복리후생 제도가 가장 많았던 곳은 한국수출입은행으로 28건이었다. 이어 원자력안전기술원(27건), 한국마사회(25건) 등 9개 공기업이 20건 이상의 과잉 복리후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부채과다 18개 공공기관에 대해 2017년까지 부채 42조 원을 줄이도록 하는 부채감축 계획도 내놨다. 당초 이 기관들이 정부에 제출했던 39조5000억 원의 부채감축 계획보다 2조5000억 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정부는 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대한석탄공사 등 5곳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LH는 건설 부문 등 민간기업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철수하거나, 부문별 경쟁체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고 장기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석탄공사에 대해서는 다른 기관과의 통폐합 등 근본적인 대책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기로 했다. 또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도로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통한 부채감축 계획은 모두 백지화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공기업#복지#방만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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