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연욱]여권, 집안싸움에 날 샐 때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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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정치부장
정연욱 정치부장
새누리당의 경기도당위원장 자리는 고희선 위원장이 작년 8월 사망한 뒤 6개월째 공석이다. 도당위원장은 지방선거 출마 후보를 뽑고 선거를 지휘해야 할 ‘지역 사령관’이다. 지방선거가 100일도 안 남았는데 도당위원장 없이 선거를 어떻게 준비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더 기가 막힌다. 당 지도부의 조율을 거쳐 김학용 의원이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그만두고 도당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막판에 황진하 의원이 나서면서 판이 헝클어졌다고 한다. 김 의원이 7·14 전당대회에 나설 김무성 의원과 가깝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대에 나서려는 서청원 의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두 거물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으로 비치자 지도부도 손을 놓아버린 상태다. 김영우 의원(경기 포천-연천)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전초전이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러다 보니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메시지는 어수선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방정권 심판론이다. 누가 봐도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지방정부를 정조준한 것이다. 하지만 논리가 궁색해 보인다. 심판을 하자면서 중앙정부는 왜 제외해야 하는 것인가? 지방정권 심판하자면서 박근혜 정부는 ‘팍팍’ 밀어줘야 한다면 누가 수긍할 수 있을까.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구정치 세력’으로 심판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오죽하면 청와대 관계자가 “지방정권 심판론은 여권을 심판 프레임에 붙잡아두는 것으로 우리에게 불리하다”라며 용도폐기를 주문했을까.

지방선거가 아무리 지역 일꾼을 뽑는 행사라고 해도 선거의 큰 그림이 없어도 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집권세력은 박근혜 정부 2년차의 어젠다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 청사진을 준비하고, 거기에 맞는 후보감을 찾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서 흘러나오는 ‘중진 차출론’은 무턱대고 여론조사에서 1%포인트라도 앞서는 사람만 찾아다니는 꼴이다. 그 과정에서 “왜 이 후보여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은 실종됐다. 첫 단추를 잘못 꿰고 있으니 음모론만 기승을 부린다. 시도지사 차출 대상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당분간 중앙 무대에서 배제하려는 친박(친박근혜) 주류의 ‘음모’가 작용했다는 얘기다.

솔직히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금 관심은 눈앞의 지방선거보다 5월 원내대표 경선, 여당 몫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 선출, 7·14 전당대회에 쏠려 있는 게 사실이다. 삼삼오오 모이면 당내 정치일정이 주요 화제라고 한다. “어느 출마자가 고급 와인을 의원들에게 돌렸다더라” “원내대표와 당대표의 지역 연고는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 등등의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연고가 없는 지방선거에 집중하는 것은 “정치 감각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판이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무늬만 집권 여당이지 ‘모래알 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하다.

아마 여권 인사들은 “박 대통령 지지율이 50∼60%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무기력한 야권의 지지율이 바닥이니 문제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니 국정의 중심에 서서 격랑을 헤쳐 나가는 집권당의 담대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정 현안이 꼬이는 순간 지지율은 출렁이기 마련이다. 지지율이란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 국민들은 야권의 분열에 기대 ‘반사이익’이나 챙기려는 새누리당의 모습을 정치적 꼼수로 지켜볼 것이다.

정연욱 정치부장 jyw11@donga.com
#새누리당#경기도당위원장#지방선거#도당위원장#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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