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놀이는 유아수학의 출발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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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재능교육과 함께 하는 스토리텔링 수학]

똑같은 과자인데 왜 싸울까.

간식 시간만 되면 싸우는 아이들. 그래서 엄마는 오늘 아이들에게 과자를 똑같이 나누어 주기로 했습니다. “얘들아, 오늘은 똑같은 접시에 똑같은 과자가 똑같이 3개씩이니까, 싸우면 안돼요.” “네!”

대답을 하면서도 아이들은 ‘정말 똑같이 3개인가’ ‘다른 접시의 과자가 더 많은 건 아닐까’ 하고 바삐 눈을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아이들이 또 싸움을 시작합니다. 분명 똑같은 접시에 똑같은 과자를 똑같이 3개씩 줬는데도 말입니다. 엄마가 모르는 무엇이 있는 걸까요.

○ 논리적인 판단력 기르는 기초

서너 살 아이들에게 수학은 이것과 저것, 즉 둘 사이의 관계와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모양이 같거나 다르거나, 크기가 같거나 다르거나, 양이 적거나 많거나 등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인지하고 비교하면서 수학적 논리성을 키우는 것이지요. 그래서 ‘비교’는 유아 수학의 또 하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아들의 비교는 어른들과 조금 다릅니다. 어른들이 겪는 일종의 착시현상과 비슷합니다.

똑같은 접시에 똑같은 과자를 똑같이 3개씩 줬는데도 아이들 간에 싸움이 난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입니다. 엄마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하나의 접시엔 과자 3개가 서로 촘촘히 붙어 있었고, 또 다른 접시엔 과자들이 서로 떨어져 길게 펼쳐져 있었거든요. 어차피 똑같은 3개인데 뭐가 다를까 싶겠지만, 아이들은 오른쪽 접시에 놓인 과자가 더 많다고 느낍니다. 마치 어른들이 방향이 다른 화살표 길이를 다르게 느끼는 것처럼 말입니다.

높이 비교를 할 때도 유아들은 직관적 사고에서 나온 답을 곧잘 내놓곤 합니다. 끝부분만 보고 성급하게 구별을 하는 것이지요. [그림 2]에서처럼 닭과 염소가 똑같이 땅에 발을 대고 서 있을 때는 염소의 키가 더 크다고 옳게 답을 하지만, 만약 닭이 염소보다 위에 그려져 있다면 닭의 키가 더 크다고 잘못된 답을 하기 십상입니다. 이처럼 유아들은 매우 직관적이며, 논리적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학습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양과 수량의 비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아는 작은 과자와 큰 과자를 보면 큰 과자를 집습니다. 두 개를 비교해서 ‘크다, 작다’를 아는 것은 양을 배우는 출발점입니다. [그림 3]에서처럼 모양이 같고 크기도 같은 동일한 조건에서 양을 비교하는 법을 익히도록 도와주세요. 나중에는 그릇의 모양이 다르더라도 양을 비교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 다양한 용어와 순서, 분류 배울 수 있어

유아 수학에서 ‘비교’는 단계적으로 확장됩니다. 처음엔 같은 사물 2개를 비교하고(길이가 다른 하모니카 2개 가운데 어느 것이 더 긴가), 다음엔 다른 사물끼리의 비교로 넘어갑니다(거북과 말 가운데 어떤 게 더 큰가). 이윽고 전체 상황 속에서의 비교와 셋 이상의 사물의 비교를 할 수 있습니다. 유아들은 이렇게 길이, 양, 크기, 높이, 속도 등으로 분류하여 비교하는 경험을 통해 ‘길다/짧다’ ‘많다/적다’ ‘크다/작다’ 등 비교와 관련된 용어를 다양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비교를 통해 순서나 분류에 대한 능력을 기를 수도 있습니다.



○ 쉽고 재미있는 생활 속 비교 놀이

생활 속에서도 ‘비교 놀이’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 엄마 숟가락과 아이 숟가락을 나란히 놓고 길이를 비교해 보세요. 옆에 놓인 밥그릇의 크기를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겠군요. 식사를 마친 후에 후식으로 먹는 과일도 크기를 비교하기에 좋습니다. 귤을 늘어놓고 어떤 것이 가장 큰지, 그 큰 귤은 누가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재미있겠지요.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비교를 통해 아이는 사물 간의 관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논리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답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수학이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진짜 이유가 아닐까요.

최호원 재능교육 스스로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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