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NLL 침범에 무른 대응, 과거 정부와 뭐가 다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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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세 차례 침범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 화해 국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어떻게 나오는지 슬쩍 떠본 것일 수 있다. 국방부도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도발”에 무게를 뒀지만 실제론 경고통신을 하는 데 그쳤다. 박 대통령이 올해 첫날 서해를 지키던 문무대왕함 함장과 통화하며 “북한이 감히 우리의 NLL을 침범할 생각조차 갖지 못하도록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했던 당부가 무색하다.

그제 밤부터 어제 새벽 사이 북한 경비정은 모두 3시간가량 우리 바다를 휘젓고 다녔다. 그런데도 군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2마일 이상 내려오지 않아 경고통신으로 그쳤다”는 게 군의 설명이지만 북 경비정은 한때 2.2마일(약 4km) 지점까지 내려왔다. 군은 2012년 북 어선이 NLL을 0.5마일 침범했을 때도 경고 사격을 한 바 있어 비상시 매뉴얼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번 대응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때 북한이 “남조선이 조국의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하면 주저하지 않고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타격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던 것과 대비된다.

군의 대응은 대통령 국가안보실과의 협의를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금강산에 가 있는 우리 이산가족의 안전과 모처럼 풀리는 남북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위를 조절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의 잇단 도발에 무기력했던 지난 정권들과 대체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어 통일을 준비하고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 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이라고 어제 밝혔다. 북한이 호응해야만 실현할 수 있는 비전이다. 당장은 안보 태세부터 다져야 한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도발을 막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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