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신인왕 후보들, 처음보다 끝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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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26일 07시 00분


한국전력 전광인은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공교롭게 프로배구 역대 남자 신인왕들은 배구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작보다는 끝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스포츠동아DB
한국전력 전광인은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공교롭게 프로배구 역대 남자 신인왕들은 배구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작보다는 끝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스포츠동아DB
■ 역대 신인왕들의 씁쓸한 징크스

V리그 신인왕 출신 끝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아
강동진·임시형·박준범 승부조작 배구계 떠나
하현용·김학민·신영석은 V리그 ‘모범 케이스’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은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타이틀이다.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신인왕 경쟁은 남자부가 뜨겁다. 전광인(한국전력)과 이민규 송명근(이상 러시앤캐시) 가운데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남자배구의 기둥으로 활약할 기대주다. 누가 받아도 납득이 될만한 성적을 거뒀다. 승자는 한 명 뿐이지만 신인왕 경쟁에서 진다고 해도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남은 기나긴 배구인생을 생각한다면 처음보다는 끝이 더 중요하다. 묘하게도 역대 남자 신인왕 가운데 배구인생이 순탄하게 잘 풀린 선수는 많지 않았다. 징크스라면 징크스다.

2005년 V리그 출범 때 첫 영광을 안은 선수는 하현용(LIG손해보험)이었다. 지금까지 팀의 주전선수로 뛰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해 화려한 시작만큼 잘 풀린 케이스다. 김학민(2006∼2007, 대한항공) 신영석(2009∼2010, 우리캐피탈)도 기대했던 대로 신인왕을 땄고 꾸준히 기량이 발전한 모범케이스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승부조작에 연루돼 배구계를 떠난 선수 가운데 신인왕 출신이 3명이다. 2005∼2006시즌 강동진(대한항공), 2007∼2008시즌 임시형(현대캐피탈), 2010∼2011시즌 박준범(KEPCO)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선수가 강동진이다.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으며 화려하게 V리그에 데뷔했고, 2006도하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뽑히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그러나 국가대표로 모든 훈련을 마칠 즈음 오른손 부상을 당했다. 출국을 며칠 앞두고였다. 소속팀에서는 반발했지만 김호철 당시 대표팀 감독은 강동진을 제외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이미 금메달을 땄던 신진식(삼성화재)이 대타로 투입됐다. 도하아시안게임 대표팀은 금메달을 땄다. 참가선수들은 모두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첫 행운을 놓친 강동진에게 불운은 이어졌다. 소속팀에서 활동하다 상무에 입대했지만 운명의 장난 속에 승부조작의 굴레에 빠지고 말았다.

임시형도 화려했던 시작에 비해 끝이 좋지 못했다.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이자 대학동기였던 김요한(LIG손해보험)을 제치고 신인왕이 됐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V리그행을 거부했던 문성민이 우여곡절 끝에 2010년 KEPCO에 입단한 뒤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 되면서 하경민 등과 함께 KEPCO로 옮겼다. 이후 상무에 입대해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중 승부조작에 연루됐다. 박준범도 전체 드래프트 1순위 선수답게 데뷔하자마자 화려한 기량을 과시했으나 승부조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책임을 지고 있지만 기대만큼 기량이 발전하지 못한 신인왕도 있다. 2008∼2009시즌 황동일(LIG손해보험), 2012∼2013시즌 양준식(KEPCO)이다.

세터라는 공통점의 두 선수는 첫해 활약으로 본다면 팀의 주전으로 곧 자리 잡을 기세였다. 그러나 황동일은 LIG에서 밀려나온 뒤 대한항공을 거쳐 삼성화재에 갔다. 선수생활의 마지막 기로다. 양준식은 신고선수나 다름없던 김정석에게 이번 시즌 주전 자리를 내줬다.

그래서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배자가 될 수 있다. 영원한 내 자리는 없다. 스스로 노력하고 기술에 대한 갈증을 가져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전광인 이민규 송명근이 가슴 속에 기억해야 대목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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