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잠 방해꾼 하지불안증후군, 원인만큼 치료도 다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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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범 박사의 재미있는 수면이야기]

혈중 철분 농도 결핍은 하지불안증후군을 야기한다. 이 경우 고용량 철분제 정맥주사를 맞으면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JW중외제약 제공
혈중 철분 농도 결핍은 하지불안증후군을 야기한다. 이 경우 고용량 철분제 정맥주사를 맞으면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JW중외제약 제공
인도의 왕이 장님들을 불러놓고 코끼리를 만져보고 그 모습을 말해보라고 했다. 상아를 만진 장님은 커다란 무같이 생긴 동물이라고 했고, 다리를 만진 장님은 기둥 같다고 했고, 코를 만진 장님은 새끼줄 같다고 했다. 사물의 부분만을 보고 자신의 경험만으로 판단할 때 생기는 오류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만이 있으면 다리에 불편감을 느끼고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수면질환이 하지불안증후군이다. 전체 인구의 8∼15%이 겪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이 질환의 환자가 수면클리닉을 방문해서 제대로 된 진단을 받을 때까지 겪은 과정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비슷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주로 다리 특히 종아리 부분에 불편감을 느낀다. 그래서 하지정맥류를 진료하는 병원을 방문해서 수술을 받은 사람도 있다. 다리 불편감으로 정형외과 혹은 신경외과를 방문하기도 한다. ‘허리 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탈출증이 있는 경우에도 다리에 불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단을 위해 허리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받고, 수술도 받는다. 그럼에도 다리 불편감은 여전하다.

하지정맥류나 허리병에 의한 하지통증은 하지불안증후군과 몇 가지 점에서 다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일 때보다 가만히 있을 때 더 심해진다. 허리병은 움직일 때 더 심하다. 하지정맥류는 하지정맥이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온 것이 특징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은 하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엉덩이, 등, 어깨, 팔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수면의학계에서는 이 질환을 처음 기술한 의사의 이름을 따서 ‘에크봄 병(Ekbom disease)’으로 병명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불균형으로 생기는데 뇌 속의 도파민 전달을 잘 되게 해 주는 ‘도파민효현제’를 이용해 증상을 조절한다. 내성이 생겨 도파민효현제로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몇 가지 다른 약물들을 도입해 치료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즉 철분이 부족해 하지불안증후군이 생기는 경우가 20% 정도이며 이 경우 철분 농도를 정상화시키는 것으로 완치될 수 있다. 철분 결핍이 아닌 경우에도 철분 농도를 충분히 높여주면 도파민효현제를 이용한 치료가 쉬워진다.

최근 철분이 정상 수준인 환자에서, 약물 치료 없이, 새로 개발된 고용량 철분제(ferric carboxymaltose) 정맥주사만으로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을 조절했고 그 효과가 24주 이상 지속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의학계에 알려진 지 얼마 안 돼 의사들 중에도 이 질환을 잘 모르고 오진하는 경우가 있다. 이 질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도파민효현제 외에도 부작용이 더 적은 약물들이 사용되고 더 효과적인 철분주사제도 도입되고 있다. 병에 대해 더 정확히 알면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신홍범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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