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취업까지 챙겨주는 한국교수님들 인상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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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개교 60년만에 첫 외국인 수석졸업 리링씨

21일 열린 인하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부 전체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은 리링 씨. 그는 “중국으로 돌아오라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대학 교수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21일 열린 인하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부 전체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은 리링 씨. 그는 “중국으로 돌아오라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대학 교수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21일 인하대 2013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하나홀(본관 대강당).

박사 88명, 석사 726명, 학사 2551명, 최고경영자과정 19명 등 총 3384명이 학위를 받은 이날 졸업식에서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채 당당한 모습으로 이사장 상(학부 전체 수석 졸업)을 받은 여학생이 있었다.

주인공은 외국 국적(중국동포)의 리링(李玲·23·건축공학과) 씨.

외국인이 전체 수석 졸업자가 된 건 인하대 개교 60년 이래 처음이다. 리 씨는 4.5 만점에 평균 4.47이라는 놀라운 학점을 받았다. 또 그는 7학기 만에 ‘조기졸업’을 했다.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자치주에 있는 ‘옌벤 제1중학교’를 졸업한 리 씨는 2010년 8월 인하대 건축공학과에 입학했다. 리 씨의 초기 한국 유학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중국동포 출신이어서 한국말을 못하지는 않았지만 선배와 동료들의 말 가운데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지만 리 씨는 입학 초 ‘중국 사람을 무시하고 조선족 출신을 더 괄시하는 경향’이 한국 사회에 존재한다는 생각도 떨칠 수 없었다.

함께 모여 공부하는 ‘그룹 스터디 방식’도 낯설었다.

“자기 공부를 하는데 왜 꼭 함께 모여 공부를 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여기에 영어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업도 처음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죠.”

1, 2학년 때 기숙사 생활을 했던 리 씨는 방에서 새벽까지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다. 3, 4학년 때는 한국 대학문화에 적응하면서 선배와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리 씨는 “전체 수석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적, 민족이란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공부를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수석 졸업의 비결은 ‘예습과 복습’. 1학년부터 다음 주 수업시간에 배워야 할 부분을 철저하게 공부했다. 그리고 배운 부분을 머릿속에 넣기 위해 복습했다. 특히 한 번 공부할 때마다 4∼5시간 집중하는 ‘몰입형 공부방식’이 큰 효과를 봤다고 했다.

리 씨는 “한국 대학사회에서 졸업을 미룬 채 휴학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널리 퍼져 있는데 뚜렷한 목표 없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후회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연구와 수업(교육)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학 취업 관련 조언은 물론이고 인생 상담까지 해주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리 씨는 졸업 후 서울대 건축학과 석사과정에 들어간다. 리 씨는 대학원에서 한국의 전통 난방 방식인 온돌을 이용한 냉난방을 공부해 중국의 현실에 맞게 보급할 생각이다.

지도교수인 인하대 건축학부 조재훈 교수는 “리 씨는 건축환경설비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건축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하대#외국인#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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