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화가가 그린 ‘無心하되 多心한’ 표정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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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 소묘 1985∼2014’전

강요배 작가의 2014년 소묘 ‘관덕정 돌하르방’. 학고재갤러리 제공
강요배 작가의 2014년 소묘 ‘관덕정 돌하르방’. 학고재갤러리 제공
아무리 제주라 해도 칼바람이 불었을 지난달, 강요배 작가(62)는 목탄 하나 손에 쥐고 삼성혈로 나섰다. 옷깃 여며가며 돌하르방 하나 쓱쓱. 담배 한 대 피우고 또 하나 뚝딱. 대정골 보성골 관덕정까지 넘나들며 한나절 만에 돌하르방 12점을 그렸다. “수십 년 마주쳤어도 직접 그려보니 그 기(氣)가 다릅디다. 소묘는 그런 날것의 싱싱함이 살아있죠.”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 본관에서 열린 개인전 ‘강요배 소묘 1985∼2014’엔 실제로 그런 활어회 같은 작품이 즐비하다. 모두 53점이 소개됐는데 “전시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스케치인지라 다소 투박한 것도 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민중화가로 명성을 얻은 작가의 내밀한 속내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어 꽤나 감칠맛이 났다.

특히 ‘해금강’ ‘만폭동’을 비롯해 1998년 방북 때 그렸다는 작품들은 빠듯한 일정이었다는데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2000년에 그렸다는 인물 소묘들은 당시 북한 주민을 만났던 기억을 되살려 작업한 것. 전체적으로 풍경이나 정물 작품들도 뛰어나지만, 돌하르방이나 인물 소묘에서 불거지는 ‘무심(無心)하되 다심(多心)한’ 표정들이 발길을 잡는다. 3월 30일까지. 02-720-1524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강요배 소묘 1985∼2014#민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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