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헤어지면 영영… 편지라도 주고받을수 있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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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상봉 종료]
일회성 상봉에 아쉬움 표현

“언니 먼저”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공동중식 행사에서 북한의 박태호 씨(오른쪽)가 남한에서 온 언니 박난호 씨에게 음료수를 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언니 먼저”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공동중식 행사에서 북한의 박태호 씨(오른쪽)가 남한에서 온 언니 박난호 씨에게 음료수를 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지나간 세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언니와의 얘기가 재미있었어요.”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단에 포함된 이연숙 전 의원(79)은 24일 오전 금강산호텔 숙소에서 북쪽의 언니 이임순 씨(82)를 만난 뒤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과는 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의원은 16대(2000∼2004년) 국회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전국구 의원을 지냈다. 이 전 의원은 “북한이 생각보다 개방적이고 국제화됐다”며 “남북이 옛 동·서독처럼 교류를 통해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 북 당국자, “남북관계 잘되지 않겠나”

이연숙 전 의원
이연숙 전 의원
이날 상봉장에서 북한 당국자들은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천 전 실장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으로 내정됐다가 8일 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했다. 북한 당국자는 이날 한국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천 전 실장은 워낙 경험이 많으니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는 것 같다”며 “비서관이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국가안보실에도 통일부 사람이 좀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 당국자는 “3년 넘게 계속 싸우고 그랬는데 갑자기 만나서 뽀뽀를 할 수 있겠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 생각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 (남북관계가) 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22일 1차 상봉을 마치고 귀환한 이산가족들은 기약 없는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남동생과 조카를 만나고 온 차규학 씨(80)는 “앞으로 영영 못 본다는 생각에 헤어질 때 눈물이 났다”며 “통일이 되어야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씨는 동생에게 이별 선물로 ‘하루 속히 통일을 원하며 다같이 웃음으로 살기를 기원한다’는 글귀를 써서 건넸다고 한다. 허경옥 씨(85·여)는 “그리워하던 동생들을 만나고 오니 후련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며 “또 만나고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겠느냐”고 체념하듯 말했다.

○ 너무 쉽게 헤어진 ‘일회성 상봉’

이산가족의 고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1차 상봉에서 돌아온 정희경 씨(80)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옆에서 지켜보니 예전보다 슬퍼하는 기색이 덜 느껴졌다”며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높아 조카나 사촌을 만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부모나 부부를 만날 때만큼 절절한 느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번 1차 상봉에서 부모나 부부 간 상봉은 총 12건(14.6%)으로 4년 전(2010년) 상봉 때의 24건(24%)보다 크게 줄었다. 2007년 상봉자 고영범 씨(72)도 “가족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이산가족 1세대는 10년 내에 다 없어질 것”이라며 “상봉행사를 되도록 많이 열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모두 가족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상봉자인 고 송재봉 씨의 아들 송성호 씨(55)는 이번 상봉행사를 지켜본 뒤 “가슴이 뭉클하지만 앞으로 어르신들이 얼마나 가슴앓이를 하실지 생각만 해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 씨의 아버지는 상봉행사에 다녀온 뒤 가족을 그리워하다가 건강이 악화돼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2002년 상봉자 김용운 씨(88)는 “북녘에 있는 동생들이 지금쯤 다 늙어서 살아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생사 확인과 편지 왕래가 자유롭게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아쉬워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손영일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산상봉#일회성 상봉#남북관계#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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