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인생의 봄을 즐기는 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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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희, A little Song of Life, 2012년
오명희, A little Song of Life, 2012년
진달래꽃이 피어나는 봄날, 암수 한 쌍의 새가 꽃가지에 앉아 구애(求愛)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바라보기만 해도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이 그림은 21세기 버전 화조도(花鳥圖)다. 화조도는 부부 금실이 좋아지고 재산이 늘어나고 지위가 높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아름다운 꽃과 새를 빌려 표현한 그림을 말한다.

그러나 이 그림의 숨은 주제는 삶의 찬가다. 오명희 작가는 사랑, 기쁨,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 삶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거나 예리한 질문을 던지고, 충격을 주는 작품을 창작하는 일은 다른 예술가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관객이 자신의 그림을 겨울나무껍질처럼 거친 마음의 각질을 제거하는 필링제로 활용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사계절 중에서 봄을 선택하고 밝은 색, 금박, 자개를 사용해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도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서영은의 단편소설 ‘먼 그대’를 읽으면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비결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문자는 남다른 무엇을 소유했던 게 아니었다. 그녀로선 무엇을 하든 그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 것뿐이었다… 그를 생각하노라면 어딘가 높은 곳에 등불을 걸어둔 것처럼 마음 구석구석이 따스해지고, 밝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 따스함과 밝은 빛이 몸 밖으로 스며나가 뺨을 물들이고, 살에 생기가 넘치게 하는 것을 그녀 자신은 오히려 깨닫지 못했다.

오명희 작가가 인생의 봄날처럼 화사한 그림들을 그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등불을 마음에 걸어두고 일하기 때문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오명희#진달래꽃#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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