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책임자 처벌보다 사고없는 나라를 바랄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주 리조트 참사 故 박주현양 아버지, 경찰에 선처 당부 탄원서

“또 다른 상처와 아픔을 남기는 것은 우리 딸이 바라는 일이 아닙니다.”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은 박주현 양(19)의 아버지 박규생 씨(52)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고 관계자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만약 그분들이 처벌을 받으면 그 자녀들이 견디기 힘든 슬픔에 잠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날 경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와 유족에게 붕괴사고 관련자들을 선처해줄 것을 당부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그는 유족 대표가 아니라 개인 자격이란 사실을 강조했다. A4 용지 1장 분량의 탄원서는 “사고 원인을 밝혀서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시설물 안전관리 및 법령, 행정 지도 규정을 보완해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시작한다. 이어 “제 딸의 세례명 라파엘라의 뜻은 치유의 수호천사”라며 “이번 일로 많은 분이 상처를 입었고 충분히 책임을 느끼고 있기에 추가로 형사 및 행정제재를 엄격하게 했을 경우 또 다른 상처가 남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제 아이는 하늘로 떠났기에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빨리 모두의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가 맡은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부 잘못이 있는 분이 계신다면 기회를 줘서 그분들이 국가와 지역사회에 다시 봉사할 수 있도록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양은 지난해 성탄절 때 세례를 받았다. 라파엘라는 본인이 직접 고른 세례명이다.

하지만 유족 대부분은 박 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본보가 유족 6명과 통화한 결과 “이제 일은 마무리됐다”는 1명과 “유족협의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1명 등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엄한 처벌이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성은 씨(20·여)의 아버지 이정수 씨(49)는 “이번 일은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엄벌을 해야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솔 씨(20)의 아버지 김판수 씨(53)는 “잘못된 부문은 반드시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용서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체육관 설계도와 시공이 일부 다른 점을 포착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현장서 눈으로 확인한 결과 보조기둥 1개에서 볼트 개수가 부족했다. 도면에는 보조기둥과 지면이 닿는 부분에 볼트 4개를 넣도록 돼 있는데 2개밖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고혜륜 양(19)의 유족은 24일 오후 부산외국어대 총장실을 찾아 보상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버지 고계석 씨는 “딸이 미래를 펼치려 했던 곳에 장학금을 보태는 것이 가장 뜻 깊은 일”이라며 “일부는 전 세계 어려운 나라 학생들을 위해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해린 총장은 “혜륜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하도록 가치 있고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부산외대는 이날 사고수습 실무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S)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을 강화한다. 사고를 겪은 학생뿐 아니라 가족들이 완전히 충격을 극복할 때까지 심리지원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1시 반경에는 가수 김장훈 씨가 희생자들의 분향소가 마련된 부산외대 만오기념관을 찾아 조문했다.

경주=장영훈 jang@donga.com
백연상/부산=조용휘 기자
#경주 리조트#탄원서#책임자 처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