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최고 담보”… 8개기업에 100억 투·융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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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재단-산업은행 ‘창조금융’… 중소 벤처기업 성장에 큰 힘

연구개발특구 진흥재단의 임민수 팀장(왼쪽)과 안선미 전임(오른쪽)이 알이엠텍 관계자와 매출 확대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알이엠텍은 실리카 에어로겔 기술을 개발했지만 돈이 없어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던 중 진흥재단으로부터 15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연구개발특구 진흥재단의 임민수 팀장(왼쪽)과 안선미 전임(오른쪽)이 알이엠텍 관계자와 매출 확대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알이엠텍은 실리카 에어로겔 기술을 개발했지만 돈이 없어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던 중 진흥재단으로부터 15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대전의 알이엠텍㈜은 실리카 에어로겔을 생산하는 유망한 벤처기업이다. 에어로겔은 가장 가벼운 고체이면서 단열성이 뛰어나 전 세계적으로 단열재나 방음재 등 각종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물질. 그러나 이 기업 유정근 대표는 괴로웠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출 자금 여력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

그런 유 대표에게 최근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과 산업은행이 본격 제품 생산이 안 된 상태임에도 알이엠텍의 앞서가는 기술 가치를 믿고 15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담보가 없이는 투자를 받을 수 없는 국내 기술금융의 현실에서 획기적인 일이었다. 알이엠텍은 제품 공정의 효율화 등으로 미국 등지의 기업들보다 무려 3분의 1이나 낮은 가격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처럼 기술성과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인 투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7월 도입한 ‘기술금융 연계형 기업성장 지원사업’의 결과물이다. 미래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48개 기업을 발굴했다. 이 가운데 알이엠텍 등 8개 기업에 대해 총 100억 원의 투자 및 융자를 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업성장 지원사업은 진흥재단과 산업은행 등 두 추진기관의 역할 분담으로 이뤄진다. 진흥재단은 대상 기업의 발굴과 기술사업화 밀착형 멘토링에 집중하고 산업은행은 기업 컨설팅과 투자 심의를 수행한다. 투자 심의의 기준은 재무적 안정성보다 기술적 우수성을 높게 평가하도록 돼 있다. 진흥재단 관계자는 “알이엠텍의 경우 리스크 감수 문제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기술가치와 사업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잘나가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활용되고 있다. 2007년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소 기업으로 설립된 제이피이㈜는 초정밀 미세패턴 가공기술 등에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도광판 압축용롤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 신규 아이템 발굴이 필요했다. 제이피이는 진흥재단과 산업은행의 시장 동향 및 사업화 전략 지원을 통해 최근 신규 사업 아이템을 발굴했다. 신규 아이템에 대한 검증이 3월에 마무리되면 15억 원을 융자받을 예정이다.

김차동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한 투자 및 융자 규모를 올해에는 200억 원, 5년 내에 5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으로 확대해 궁극적으로는 에인절 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창조금융’은 기술력은 있으나 담보 여력이 없어 고민하는 중소 벤처기업에 힘을 실어줘 벤처생태계가 자리 잡는 계기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진흥재단#산업은행#창조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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