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와 골프대디의 특별한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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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25일 07시 00분


프로골퍼 신지애가 24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아버지 신제섭 씨에게 학사모를 씌워주고 있다. 신지애는 2007년 연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입학했지만 미LPGA투어 참가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이날 7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신제섭씨도 26일 35년 만에 전남대를 졸업할 예정이어서 이들 부녀의 졸업은 더욱 훈훈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프로골퍼 신지애가 24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아버지 신제섭 씨에게 학사모를 씌워주고 있다. 신지애는 2007년 연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입학했지만 미LPGA투어 참가와 학업을 병행하느라 이날 7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신제섭씨도 26일 35년 만에 전남대를 졸업할 예정이어서 이들 부녀의 졸업은 더욱 훈훈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미 투어 병행하며 두번의 휴학
연세대체교과 7년만에 졸업장
만학의 꿈 펼친 부친 신제섭씨
35년만에 전남대 최고령 졸업


그들 부녀에게 졸업은 끝이 아니었다. 꿈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출발점이었다. 새로운 삶의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날이었다.

7년 만에 졸업하는 딸과 35년 만에 졸업하는 아버지. 프로골퍼 신지애(26)와 부친 신제섭(54) 씨의 졸업이 겨울의 끝자락에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007년 연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신지애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13학년도 학위수여식에서 7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학교 발전에 공헌한 점도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아 졸업의 기쁨을 두 배로 늘렸다.

2007년 입학해 졸업까지 걸린 시간은 7년. 남들보다 2배나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미 LPGA 투어와 학업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미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신지애는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던 탓에 두 번이나 휴학했고, 뒤늦게 졸업장을 받게 됐다.

신지애는 “시원섭섭하다. 이렇게 졸업할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 솔직히 투어를 병행하느라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는데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졸업이라는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됐다”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신지애의 졸업식 이틀 뒤엔 부친 신제섭 씨가 전남대학교 역사상 최고령 졸업자가 된다. 신 씨는 1980년 이 대학 수의학과에 입학했다가 3학년을 마치고 제적됐다. 뒤늦게 학업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신 씨는 29년 만인 지난 2011년 3월 4학년에 재입학했다.

까마득한 후배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시험을 치르는 등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 신 씨는 이 대학 역대 최고령 졸업자라는 감격을 누리게 됐다.

신 씨의 졸업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학교 측에선 신 씨의 졸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신제섭장학기금’을 제정하기로 했다. 매년 성적이 우수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학생을 선발해 300만 원의 장학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신지애는 “저보다 (35년 만에 졸업하는) 아빠가 더 대단하신 것 같다. 그동안 착실하게 공부하시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아쉬운 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대회 출전 때문에 아빠의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미리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좋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아빠와 함께 졸업을 하게 돼 더 기쁘고 의미가 남다르다”며 졸업 소감을 밝혔다.

부친 신 씨도 “딸과 함께 졸업하게 돼 기쁘다. 투어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졸업하는 딸이 대견하다”라고 뿌듯해 했다.

뒤늦게 졸업장은 받은 부녀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함께 뛰기로 하고 서로를 응원했다. 신지애는 올해부터 미 LPGA 투어 생활을 청산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새 출발을 준비하는 신지애는 “졸업이 학교생활은 끝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또 다른 시작인 것처럼 올해 좋은 마무리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돼 더욱 의미가 있다.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부친 신 씨는 계속해서 만학의 꿈을 키운다. 몇 년 전부터 취미로 배워온 사진에 푹 빠져 있는 신 씨는 대학원 진학을 통해 본격적인 사진작가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신 씨는 딸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먼저 딸이 새로운 투어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고 힘을 실어 준 뒤 “뒤늦게 공부를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딸에게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또 더 늦기 전에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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