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춤거리는 사이, 세계는 줄기세포 전쟁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4일 0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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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강국이었던 한국은 지난 10년간 '황우석 트라우마(깊은 외상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갇혀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09년 차의과대와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유일하게 정부 승인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지만 냉동 난자를 써야하는 생명윤리법에 부딪혀 포기한 상태다.

2012년 11월 정부가 발표한 '줄기세포 기술개발계획'에 따르면 국내 줄기세포 연구투자비는 2008년 387억원에서 2012년 1004억원으로 늘었지만 투자의 절반 이상(65%)이 골수나 지방, 탯줄 혈액 등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에 몰려 있다. 난자 채취 같은 윤리적 논란이 없는 안전한 분야에만 투자를 하다보니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투자는 전무하다. 성체줄기세포는 뇌 간 뼈 눈 등 인체조직으로 다양하게 분화하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특정 세포로만 분화하는 한계가 있다.

한국이 주춤거리는 사이 세계는 줄기세포 전쟁 중이다. 종주국 미국은 지난해 1월 연방대법원이 조지 부시 정부가 연방정부 연구비를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을 다시 허용하는 쪽으로 판결을 내려 인간 배아줄기세포 규제를 수년 전부터 획기적으로 풀고 있다. 일본은 2006년 세계 최초로 성인의 피부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노인성 망막질환을 앓는 환자 6명을 대상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갖고 망막세포를 재생하는 시력 회복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도 2010년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 연구를 전면 인정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무려 1만2888건의 논문을 발표해 양적으로 한국을 앞질렀다.

허문명오피니언팀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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