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영훈]어른들 ‘설마’가 부른 참사, 언제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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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훈 기자
장영훈 기자
17일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의 원인을 단순히 ‘눈’에서만 찾기 어려운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곳곳에서 ‘기본’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식 리조트 시설이 ‘설마’ 눈에 무너지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 참사의 불씨가 됐다.

당초 경주시는 문화관광과 주무관이 리조트에 폭설을 대비해 제설 요청을 전화로 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보문관광단지에만 제설 요청 연락을 했는데 리조트 측에도 전화했다고 말한 것. 업무 수행을 똑바로 하지 않은 일로 징계를 받을까 두려워한 담당자의 거짓말이었다. 관할 양남면사무소도 이달 중순 폭설로 사고 우려가 커지자 10, 13일 2차례 농축산 시설과 낡은 주택을 대상으로 눈 대비를 당부했지만 주변 리조트 등에는 하지 않았다.

체육관 사고 현장은 ‘방심이 참사를 불렀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준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당시에도 주변에 무릎까지 눈이 쌓였지만 지붕에 열선 같은 제설 장치는 없었다. 학생들에게 출입구 안내와 대피요령 같은 설명도 해주지 않는 등 기본 중에 기본인 안전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탓에 인명 피해를 키웠다. 체육관 정문 오른쪽에 있었던 출입구(비상구)는 아파트 현관 크기로 설명 없이는 급박한 사고 때 금방 찾기 힘들어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에서는 리조트 안전관리 직원이 사고 때 체육관에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체육관으로 허가받아 준공됐지만 조명과 음악이 나오는 ‘공연장’으로 사용한 것도 기본을 지키지 않은 사례다. 현행 건축법상 공연은 문화집회시설에서만 가능하다.

어른들이 기본을 잘 돌아보지 않은 탓에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또다시 억울하고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사고 원인을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한다고 희생자의 넋이 위로를 받을까. 정부의 국민 안전 최우선 정책은 이번에도 헛구호에 그쳤다.

장영훈·사회부 jang@donga.com
#마우나오션리조트#붕괴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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