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5년전 저세상” 南딸 말에 北아버지 오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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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이산상봉 25일까지 진행

60여년 만의 입맞춤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단이 23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단체 상봉을 하고 남측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을 했다. 남측 유근배 씨(왼쪽)가 북에 사는 오빠 류근철 씨와 저녁식사를 하다가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60여년 만의 입맞춤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단이 23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단체 상봉을 하고 남측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을 했다. 남측 유근배 씨(왼쪽)가 북에 사는 오빠 류근철 씨와 저녁식사를 하다가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태평양보다 깊은 그들의 눈물바다.’

미국 뉴욕에서 64년 만에 오빠 전영의 씨(84)를 만나러 온 김경숙 씨(81)는 자신의 어릴 적 이름 ‘울분이’로 불러주는 오빠를 얼싸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미국에서 결혼하며 남편의 성을 따른 김경숙 씨였지만 한시도 북에 있는 오빠를 잊은 적이 없다.

“엄마가 오빠 나가시고 대문을 안 잠그고 살었어요.”

“어머니! 내가 언제 올지 몰라 대문을 안 잠그고 살았단 말이오….”

남북 이산가족상봉 2차 행사(23∼25일) 첫날인 23일 오후 3시 7분 금강산면회소에서 만난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과 남측 상봉단 357명은 서로 부둥켜안고 생이별의 지난 세월을 눈물로 그렸다.

○ 눈물로 다시 그린 ‘한(恨) 많은 세월’

북측 최고령자인 김휘영 씨(88)의 남측 여동생 김종규 씨(80)는 오빠 얼굴을 보자마자 “아이고, 오빠”라고 한마디만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김휘영 씨는 “북에 있는 가족들과 찍은 사진에 ‘나의 살던 고향’(고향의 봄) 노래 가사를 적어 놓고 사진을 보면서 항상 이 노래를 불렀다”며 울먹거렸다.

남측 최고령자인 이오순 씨(96)는 여동생 조도순 씨, 조카 임춘봉 씨와 함께 긴장된 모습으로 연신 천주교식 십자 성호를 손으로 그리며 북측 남동생 조원제 씨(83)를 기다렸다. 그토록 그리던 동생을 만난 순간, 이오순 씨는 동생의 손을 부여잡고 “고맙다,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오순 씨는 어렸을 적 집안사정으로 호적 등록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나중에 시가에서 이 씨로 호적을 만들어줬다고 한다. 조원제 씨는 “누님 이게 얼마 만이오”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북측의 남궁렬 씨(87)와 남측의 남궁봉자 씨(65)는 이번 상봉에서 유일하게 부모와 자식 사이. 처음엔 두 사람 모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부녀의 정(情)을 다시 느끼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했다. “어머니가 아버지 많이 기다리다가 5년 전에 돌아가셨다”란 딸의 말에 남궁렬 씨는 “꿈에라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며 흐느꼈다.

○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상봉 행사 동시 진행

이날 상봉이 이뤄진 면회소는 2010년 10월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연회장 일부가 사용된 뒤 3년4개월 만에 본연의 기능을 하게 돼 눈길을 끌었다. 2007년 12월 외관 공사를 마친 면회소는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총면적 1만9835m²)로 연회장과 전망대, 식당 등이 완비돼 있다. 206개의 객실에서 남북한 가족 1000명이 같이 잠도 잘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관광객 피살사건이 나면서 그 달로 예정됐던 개관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2010년 4월 북한 당국은 관광 중단을 이유로 ‘몰수’ 조치를 내리면서 출입도 통제해왔다.

이에 앞서 22일 남측 이산가족 1차 상봉단 80명과 동반가족 56명, 북측 가족 174명은 1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아쉬운 일정을 끝내야 했다. 치매 때문에 동생 이정실 씨(85)와 딸 동명숙 씨(67)를 못 알아봤던 이영실 씨(88)는 건강이 나빠져 작별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실 씨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이오환 씨(85)는 헤어지는 아쉬움에 동생 옥빈 씨(72)와 옥희 씨(61)를 끌어안고 울다가 실신하기도 했다.

한편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지휘소훈련(CPX)인 키리졸브(KR) 한미연합군사연습이 2차 상봉단 행사 이틀째인 24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한국 전역에서 진행된다. 이어서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이 다음 달 4월 18일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3일 북측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비중 있게 다루며 참석자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미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권오혁 기자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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