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혼자 뛴 1년, 이젠 ‘팀 추월’로 바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4일 03시 00분


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같은 시기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2위로 높은 편이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6%가 “박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지지율은 한순간에 꺾일 수 있다. 지금은 지지율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차근차근 경제와 안보의 기틀을 다져야 할 때다. 때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요소를 걷어내는 고통스러운 개혁도 국민에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동아일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분야별로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에 8.0점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경제 분야가 좀 떨어지는 6.2점이고, 정치는 가장 낮은 5.2점을 받았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성을 가미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한미·한중 협력 강화 등에 힘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 같은 부분적 성과에 자족하다가는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침략 역사를 부정하려 하는 일본 아베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으면서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협력을 끌어내 동북아 안정을 추구하는 과제도 원칙론으로만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공공 부문 개혁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7.3점)를 받았다지만 실제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아직 나타난 것이 없다. 노동계가 개혁에 반대하는 조직적 투쟁을 공언하는 상황에서 공기업 사장이나 감사 자리 등에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면 개혁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여야 관계 등 국민대통합 분야가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4.2점)를 받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홀로 식 수첩인사’를 밀어붙이면서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 대통합이라는 말도 선거 구호에 그쳤는지 지금은 들어보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꿈에도 규제 개혁’ ‘진돗개 정신’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반면 장관들은 대통령 말을 받아 적기에 바쁘다. 정부 인사들이 야당을 찾아가 법안 통과를 호소하거나 민생 현장에 뛰어드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마련 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규제개혁 공공부문 혁신 등의 국정과제들이 추진의 동력을 얻으려면 박 대통령이 퇴근 후 산더미 같은 보고서를 챙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국민 행복을 위한 생각 이외에는 다 번뇌”라는 대통령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했던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제대로 시행함으로써 장관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준 뒤 결과를 놓고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산하 기관장과 국장 인사도 마음대로 못하는 장관에게 과연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겠는가. 후퇴 논란을 빚고 있는 복지 공약의 경우 재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초당적인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남자팀에 은메달을 안겨준 팀 추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는 앞서 달리는 선도 주자만의 속도가 아니라 맨 뒤의 주자까지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으로 승부가 가려진다. 지난 1년은 박 대통령이 혼자 뛰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고 있다. 이제부터는 정부 전체가 조직적으로 뛰는, 나아가 국회가 함께 뛰고 국민이 함께 뛰는 ‘팀 추월’로 바뀌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내걸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가운데 가장 시급한 분야가 바로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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