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원칙 지키며 남북대화 물꼬… 정치 소통의 門도 열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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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25일 취임 1년…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전문가 평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7일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여야 대표를 만났다. 당선인이 직접 국회를 찾아가면서 ‘정치 복원’의 순풍이 부는 듯했다. 당시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당선인에게 “(대선 때 민주당을 지지한) 48%의 국민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고, 박 당선인은 “그분들을 다 품고 가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순풍은 곧 돌풍으로 바뀌었다. ‘정치 황사’가 덮쳐 정국 시계(視界)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취임 전부터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여야는 정면충돌했다. 툭하면 장외로 뛰쳐나가는 야당, 그런 야당에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삿대질하는 여권….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간 ‘정치’는 실종됐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 취임 당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뉴 프레지던십(프레지던트+리더십)’을 제안했다. 당시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온갖 현안을 살피는 만기친람(萬機親覽)에서 벗어나 ‘공유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1년 뒤에도 전문가들은 같은 주문을 반복해야 했다.

○ “무색무취 약체 내각”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국민대통합은 시대정신이자 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지만 인사나 야당과의 소통 등을 볼 때 기대에 상당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국민대통합 의지가 사라진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국민대통합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관심이 멀어진 것 같다”며 “대통합을 위한 실질적 성과나 정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민대통합에 대한 평가는 평점 4.2점(10점 만점)으로 정치 분야뿐 아니라 전체 분야에서 가장 낮은 평점을 받았다.

‘수첩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인사(평점 4.7점) 역시 박 대통령의 평점을 깎아 먹는 주요 원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인사가 곧 정치”라고 했다. 인사를 통해 국민대통합이나 여야 관계 회복, 국민과의 소통 등 여러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현 정부는 인사가 정치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며 “전문성이라는 어설픈 이유로 일방적 인사를 했다”고 평가했다.

인사 실패는 내각에 대한 부정적 평가(평점 4.3점)로 이어진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개성도, 특징도 없는 무색무취 약체 내각”이라고 평가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일거수일투족을 지시하듯 모든 것을 챙기니 국무총리나 장관이 주도적으로 일할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는 “내각에 젊은 인물을 많이 기용해 새롭게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의지는 있지만 성과 없어

비정상의 정상화와 같은 개혁 부문은 정치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평점(5.6점)을 받았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비리 척결이나 사회적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온 것이 없어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여권 내부에서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은 큰 문제”라며 “내부 소통이 막히니 여야 대화에서 타협점을 찾기 힘들고, 국민통합도 더욱 어려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평중 교수는 “유능하고 참신한 인물로 내각과 청와대를 일신해 박근혜 정부 2기를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다수 국민의 바람에 박 대통령이 겸허하고 열린 마음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분야별 10명씩 50명·가나다순)

<정치>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남북대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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